'인류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쯤 되면, 뭔가는 만든다는 것은 의무가 아닌 본능에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메이커(maker)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 필요없이 돈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으면서, 직접 만드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 책은 공학적 지식에는 전혀 문외한 이었던 저자가 메이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후반부에는 더 나아가 메이커로 회사를 만들어 성공하는 방법, 그리고 다음 세대를 메이커로 키우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나는 메이커 운동이 사람의 본능에 충실한 삶으로의 회귀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일을 하고있는가'에 대한 자기 의문을 가지지만, 돌이켜보면, 처음 사회에 나와 첫 직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이었을 것이다. 물론 돈이나 사회에서 흔히 알아주는 직업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로 돌아가보면,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이 한 두가지 씩은 있었다. 그것이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내가 국민학교(당시는)를 다닐 시절에는 과학상자 조립대회나 라디오 조립대회, 고무 동력기 경진대회 같은 것이 있었다.
매년 최소 한번씩은 참가를 했었는데, 몇시간 동안 납땜을 통해 만든 라디오에 건전지를 넣어 전원을 켰을 때 아무 소리도 안나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튼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십 수년 후에 비슷한 일을 하고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180도 다르다. 이 두 가지 경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돈이다.
돈을 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일과 노는 것.
저자는 개인 본능에 따른 아이디어와 여러가지 시도에 따른 하나의 결과물이 결국에는 돈을 버는 일과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이 점에 있어 메이커 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책을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
만일 메이커가 됨으로써 사업을 하거나 경력에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라. 무엇을 중시할지 결정하라.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자기 만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는 한 명(자기 자신)에서 시작된다.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시제품이 전부다.
공유는 최초 선점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다.
끝으로 책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가능한지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십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보게된 고착화된 산업 구조 틀 아래에서 더구나.
메이커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해커스페이스 같은 장소가 많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메이커 운동은 행복한 삶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