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님의 책에서 추천목록에 있던 책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전공서적과 여행서적 그리고 소설책이 대부분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딱히 몇몇 분야의 책들만 편식한 것 같아, 아쉽다. 아무래도 내가 기존에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흥미있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한 책들을 선택하다보니 그렇게 된듯 하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책인지 언뜻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책은 조선 정조때의 실학자였던 이덕무 라는 인물과 그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학이라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대표적인 실학자였던,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정약용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책의 주인공인 이덕무라는 이름은 낯설다.

내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표적인 실학자들은 모두 이덕무의 절친들이다.
주인공인 이덕무는 서자출신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서재를 만들정도로 책을 수집하는 것 또한 즐겼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변변한 수입이 없었던 그는 급기하 가지고 있던 책을 팔아 끼니를 때워야 했다.
그때 당시는,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과거에 급제하더라도 관직을 하사받기 어려웠다.

어려운 생활이 계속 되었지만, 그의 곁에는 벗들이 있었다.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가 그들이다. 모두 나이는 다르고, 신분은 달랐지만, 같은 어려운 생활을 했었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벗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책을 좋아했고, 서로의 책을 빌려보거나 책에 쓰여진 의미를 가지고 서로 토론하였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 궁금증에 몸이 달 정도였다.
누구보다고 문장이나 학식에 뛰어났지만, 그들은 서자이거나 가난하여 출세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들은 당대의 실학자로 일컬어졌던, 박지원과 홍대용이라는 스승을 만난다. 그들은 일찍히 중국에 건너가 새로운 문물을 경험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보는 이, 생각하는 것에 따라 우리나라(조선)도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업신여기고, 중국의 사상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자세에 대해 비판하였다. 고구려, 발해가 우리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쳐놓은 그물에 같혀 멀리내다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러던 이덕무와 벗들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된다. 중국으로 가는 사절단에 수행원 자격으로 가게된 것이다. 그는 만주벌판을 건너면서 우리 민족의 발해와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글로만 봤던 중국을 보면서 조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후 그들은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임명되어 입궁하게 된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었던 일을 맞게된 것이다. 그들이 일하는 동안 많은 서적들이 정리되어 발행되었고,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아쉽게도, 이덕무가 세상을 떠나고, 정조가 4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융성했던 실학은 위기를 맞는다. 이에 따라 이덕무의 벗들은 박해를 받아 귀양을 가거나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 생을 마친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왜 국사를 배울 때 이런 책이 없었을 까 하는 탄식이 나왔다. 국사는 달달 외우는 암기과목으로만 알았던 나는 실학에 대해 머리 아프게 외워야할 사상의 하나로 생각했었다.
몇 백년이 지난 조선시대에도 우리 땅에는 선조들이 살았고, 그들 역시 그 시대의 문제를 지금처럼 똑같이 고민했다. 시대가 변해 현대 문물이 우리의 겉모습과 생활상을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고민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쩜 그리 똑같은지, 놀랄정도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책만 보는 바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보았던 책의 내용만 아는데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도록 책을 저술하고 정리했다. 또한 자신의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 중국등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보면서 우리의 삶이 행복해지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비록 역사적으로 볼때 실학은 한때의 유행했던 학문이기는 했지만, 그것의 기본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위함 이었다. 또한 그 위에는 이덕무를 비롯한 그의 벗들 처럼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역사소설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역사소설을 많이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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