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부제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라는 구절이 흥미를 일으켰다. 여행을 하면서 각 나라들의 호기심이 더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북한도 여기에 빠질 수 없다. 내가 북한 사람을 만난 것은 상하이의 북한 음식점인 '옥류관' 에서였다. 엄밀히 말해 그 사람들이 진정한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진짜(?) 북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북한을 여행할 수 없기에 간접적으로라도 접할 수 밖에. 책에서는 해방이후 최근까지 북한에서 출간된 문학작품들을 통해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말한다.
문학이라는 것이 본래, 현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유의해야할 점은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출간되어 저자가 중국의 대학이나 통일부의 허가를 거쳐 정식으로 입수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곱씹어봐야 할 점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출간'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검열 또는 승인을 거친 작품이라는 것이다.
예상대로(?) 사례로 들고 있는 북한 작품들은 개인보다도 국가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조직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더 옳은 것으로 묘사된다. 여기에는 출판될 당시의 국가의 통치 이념이 녹아 들어있다.
1990년에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직접 묘사한 작품은 없고,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들은 이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북한에 페미니즘 소설이 있을까?
저자가 예로든 소설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결혼한지 얼마안된 신혼부부. 남편은 공사장에서 굴삭기 기사로 일한다. 잠잘 시간이 부족하여 굴삭기에서 잠을 잔다. 아내는 이런 남편이 걱정스러워, 남편에게 굴삭기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처음에 남편은 거절하지만, 결국 아내가 굴삭기를 운전하게 되면서 남편은 잠잘 수 있는 시간을 얻게된다. 여성들도 일을 남성처럼 조직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남녀평등'의 교훈을 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이건 페미니즘이라고 보기 힘들다.
책의 후반부에 '반체제 지하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소개하긴 하지만, 나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너무 분량이 적었다.
정치체제가 다르더라도, 종교가 다르더라도, 언어가 다르더라도, 인간이라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글 또는 말로 표현했을 것이다. 단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얼마전 '우한일기'라는 작품을 읽었다. 이를 통해 중국정부의 여과되지 않은 코로나 초기의 우한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언젠가 '평양일기' 라는 북한 작가의 글을 여과없이 읽게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