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임백준씨가 쓴 책은 모두 읽어본 것 같다. 프로그래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빼어난 글쓰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만든 것이다.
각 칼럼마다 기고후기를 추가하여 작성했을 당시와 현재 저자의 생각에 대해 적어놓았다.
옛날 부터 현재까지의 컴퓨터 분야의 이슈를 파악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기존의 읽었던 내용들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이러한 모든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머에게는 행복을 느낄 이유가 있다. 나의 경우를 말해보자.
매일 아침 나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버스에 앉아서 신문을 읽는다. 월스트리트의 서쪽 끝에서 버스를 내리고 5분 정도 걸으면 회사가 있는 건물에 도착한다.
건물 아래에는 커피 전문점이 있는데 그 곳에 줄을 서서 커피를 한 잔 산다. 커피를 손에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PC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화면을 열고 이메일을 확인한다. 급한 메일이 있으면 회신을 보내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서 뉴스를 읽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책상 위에 A4 이면지를 한 장 올려 놓는다.
뉴스를 읽으면서 종이 위에 오늘의 할 일을 아무렇게나 적는다. 버그의 목록을 나열하고, 새로 구현해야하는 기능을 나열한다. 연락해야 하는 사람, 회의, 다른 할 일이 없는지 확인하고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해결책이 금방 떠오르는 녀석은 뒤로 미루고, 감이 오지 않는 녀석은 앞으로 당긴다. 어려운 문제는 머리가 맑은 아침에 해결하고 단순한 일은 피곤한 오후에 해결하려는 것이다. 자, 이제 새로운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이다. 내가 오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 기능은 데코레이터 패턴을 이용해서 작성하면 되겠군. 그러면 먼저 약간의 리팩토링이 필요하겠는데, 가만 있자 유닛 테스트 코드도 작성해야 하겠구나. 이 정도면 오늘은 충분하고, 나머지는 내일해야 겠다.
다시 웹브라우저 창으로 돌아가서 흥미로운 뉴스를 골라 읽는다. 그러는 동안 커피를 거의 다 마시고 이제 PC 의 화면은 웹브라우저에서 이클립스의 편집기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20~30 분의 시간. 서울에 있든 뉴욕에 있든, 대기업에서 일하든 하청업체에서 일하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프로그래머인 사람이 이 정도의 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고 말하면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할 것이다.
모든 프로그래머에게는 최소한 이 정도 시간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정성껏 상상하고, 온 힘을 다해 창조한다.
그러한 상상과 창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그래머는 이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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