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2개월, 7만 5543km 를 오로지 걸어서(신발 54켤레를 신으며) 세계를 여행한 미련한(?) 여행자의 이야기다.
'나는 걷는다' 이후로 도보여행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물론 김남희님의 책도 있긴 했지만.

저자인 장 벨리보가 2015년 현재 59살이니, 대략 40대 중반에 여행을 시작한 셈이다. 그는 왜 이런 무모한(?) 계획을 결심한 것일까?

그는 캐나다 퀘백 출신으로 몬트리올에 살았다. 첫번째 부인과는 자녀가 있었지만, 이혼했고, 두번째 부인인 뤼스와 결혼하여 살고 있었다. 자녀들은 결혼을 하거나 대학교에 진학하였고, 나름 삶의 의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연재해로 인해 운영해오던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고, 자신이 사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그는 마라톤으로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했고, 뤼스에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었고, 물심양면으로 그의 여행을 도왔다.
그리하여 캐나다를 출발하여 미국 남아메리카로 이르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뛰는 여행을 도모하였으나,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유모차에 필요한 물품을 싣고 걸어가는 여행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여행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뤼스의 노력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그가 지나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며 환대했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언어와 고정관념 등이 그를 가로 막았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치면서 그가 알고 있던 지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여행 중간마다 아들과의 재회를 통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흔히들 여행 속도가 느릴 수록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깊이 있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도보여행은 가장 최상의 여행 방법이다. 문득 십여년 전에 집에서 땅끝마을까지 걸어갔던 때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도보여행은 자기 자신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걷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www.walk.org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아버지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나도 너처럼 떠나고 싶었단다. 어서 가거라, 아들아”
“삶을 즐겨라” 그 말을 나는 늘 가슴에 품고 다닌다.
자전거를 타고가는 젊은 친구를 만났는데, 지난 10년 동안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는 말에 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영혼을 살찌울게 아무것도 없었던 말이에요?” 정말 모르는 소리였다. 내 영혼은 차고 넘치도록 살이쪘다. 내가 걸어 온 길은 너무 매혹적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길을 통해 소화하기도 버거울 만큼 많은 것을 읽었다. 혼자서 사막을 읽었다. 바로 전날, 아니면 천 년 전에 쓰인 시집같은 사막의 속내를 읽었다. 그건 가장 진실하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협적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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