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세계일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각 대륙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어 그것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스티비와 제이슨이다. OECD 본부에서 일하던 스티비는 25 살 생일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흔히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세계일주를 계획한다. 그의 절친한 친구 제이슨이 동참하게 되면서 계획은 구체화 된다. 그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기위해 목샤(산스크리트어로 '해탈','해방'이라는 뜻)라고 하는 페달보트를 제작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위해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다. 1994 년에 마침내 세계일주의 첫발을 영국에서 시작한다.
그들이 사는 영국에서 항구 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페달보트를 이용해 유럽 대륙의 프랑스로 이동한다. 유럽 대륙을 자전거로 이동한 뒤 포르투칼에서 다시 목샤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다.
작은 페달보트 안에서 하루 24 시간을 교대로 페달을 돌려가며 3 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낸다. 도중 위험천만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은 잘 극복해나간다. 미국의 플로리다에 도착해서 제이슨은 스티비에게 혼자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고민 끝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스티비는 엘바와 함께 자전거로 여행하고, 제이슨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여행한다. 제이슨이 여행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되고, 거의 1 년 동안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스티비는 제이슨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여행을 중단하기로 한다.
그동안 스티비는 학교나 단체를 돌아다니며 지내온 여행담을 바탕으로 강의를 했고 여기서 모은 돈으로 빚을 갚거나 목샤를 수리하는 데 썼다. 제이슨이 회복할 때 쯤, 사고에 대한 보험금으로 그동안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여행을 시작해서 약 2 달만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하와이에서 6 개월 가까이 머물면서, 스티비는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유목민과 정착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유목민은 전체적으로 얕은 생활이다. 이는 지속적인 생존과정이다. 음식을 찾고 쉼터를 만들어 따뜻하게 유지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만들고, 사람들과 장소들의 표면을 스쳐가는 인생. 유목민은 어떤 것에든 깊이 엮이는 것이 어렵다. 이것은 친구들에게 연신 작별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장소에서든 마음은 정착할 수 없고, 장소들과 친구들과 깊이 사랑에 빠질수록 다시 옮겨가기 어렵다. 그는 결국 정착자를 택하고, 제이슨에게 여행을 그만두겠다고 얘기한다. 제이슨은 스티비의 말을 존중하면서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오라고 얘기한다. 그는 결국 혼자 하와이에서 목샤를 타고 호주에 도착, 후에 인도네시아를 거처 동남 아시아로 여행을 한다.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시점은 2007 년 이지만, 원서는 2005 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쓸 당시에 제이슨은 아직 여행 중이었다. 나는 책에 나온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여 스티비가 운영하는 사이트(www.expedition360.com) 에 들어가봤다.
1994년 7월 12일에 출발한 여행은 2007년 10월 6일에 끝났다. 사이트에는 이들이 썼던 일기와 사진, 동영상들이 올라가 있다. 몇 편 받아서 보았는데, 책으로만 읽고 상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보니 훨씬 놀라웠다. 2007년 현재, 스티비는 자신의 누나가 사는 영국의 샐콤비에서 뱃사공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힘만으로 세계일주를 한사람은 없다. 아마도 이들이 처음일 것이다. 나는 스티비가 내렸던 결정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나라면 그런 결정을 했을까? 모든 일에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인간의 힘만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도중 스티비는 왜 무엇때문에 여행을 계속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결국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여행에 대해 결국 중단을 선언했다.
나또한 지난 여행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뭔가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 여행을 단지 내가 정한 목적지까지 가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뭔가에 쫓기듯 페달을 밟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여행에 대한 기억이 도로에서 차와 싸운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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