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 평점 | ★★★☆ |
| 한줄평 | 시간이 없다면, 마지막 챕터를 읽을 것 |
엔비디아의 CEO 인 젠슨 황이 공식적으로 요청해서 만들어진 자서전. 한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이해찬 회고록과 대비되면서 지구 상에 수십 억의 인류가 살고 있고, 수십 억개의 서로다른 삶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자서전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 젠슨황이 이책을 읽어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을까?
대만에서 태어나, 태국을 거쳐 부모님과 떨어저 미국으로 이민 온 아시아계 소년. 대략 그의 성장 과정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간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500 페이지 중에서 대학졸업 전까지의 학창시절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다. 20대 초반에 만난 지금의 부인과의 연애스토리도 거의 없다. 결론은 어쨌든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다는 것.
책의 대부분은 젠슨이 회사를 그만둔 후, 엔비디아를 설립하고 겪은 위기와 노력, 성공에 대한 이야기다(한마디로 일 얘기다). 현재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의 CEO 이고, 세계최고의 부자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자서전이기에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대부분 젠슨에 대해 우호적으로 얘기했을 것이고, 이를 감안하고 읽었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젠슨 황(엔비디아 CEO)과 리사 수(AMD CEO)가 현재 핵심적인 AI 테크 기업의 수장이라는 점이었다. 아시안 계의 이민자 신분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30년간 매주 6일씩, 하루 12시간 동안 일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젠슨 황.
누구는 그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을 수도 있을 테고, 누구는 이책을 보고 정반대의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가장 마지막 챕터의 10여 페이지 분량이라고 본다.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은
'왜 앞의 490 여 페이지는 괜히 읽었네. 그냥 마지막 챕터만 읽으면 되잖아.'
였다. 심지어 마지막 챕터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붙였다.
30년간 매주 6일씩, 하루 12시간 동안 일하는 삶을 살아온 그가 안타깝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절대 그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라는 식의 결론을 보통의 자서전에서 예상한다. 내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젠슨이 이 책을 읽었다면, 그의 소감이 궁금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AI 가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직전까지는 도달할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맞닥들일 인간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해야한다. AI 를 도구로서 사용하고, 판단은 인간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젠슨은 스무 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간 매주 6일씩, 하루 12시간 동안 일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50대가 된 지금, 자녀들이 모두 성장한 이후, 더욱더 치열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그의 인생에는 오직 일만 남았다. 오직 AI뿐이었다.
리사의 부모는 어린 그녀에게 세 가지 직업만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엔지니어, 의사, 피아니스트였다. 리사는 가장 어려워 보였던 엔지니어를 선택했다.
그는 팀을 계속해서 밀어붙여 최신 필수 기능을 제공하도록 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힘들었고, 전직 엔비디아 프로그래머 중에는 '번아웃'을 퇴사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한 전직 관리자는 아시아계 졸업생들이 가족들에게 받는 압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친구들에게 가족이 주는 선택지는 딱 세가지예요. 의사가 되거나, 엔지니어가 되거나. 사실 세번째 선택지는 없는 것 같네요. 그는 이제 엔비디아가 성공하면서 과거 이 회사를 이끌었던 열정적인 괴짜 개발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말 잘 듣고 순종적이며 성실하고 경쟁력 있는 엘리트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고, 결코 기술 혁신을 반대하는 러다이트는 아니다. 나는 기술을 사랑하고, 인터넷을 사랑하며, 우주여행을 꿈꾸고, 자율주행 자동차를 원하고, 첫 아이폰이 출시된 날 줄을 서서 바로 샀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념적인 편견도 없다. 사실 미국인으로서 대기업들이 내 작은 요구까지 맞춰주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느꼈다. 그런데도 AI 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 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요슈아 벤지오도 악몽을 꾸었다고 말했다. 오픈 AI는 AI가 인류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업데이트된 분석을 발표했다. 오픈AI는 요슈아가 가장 우려했던 위험, 즉 막을 수 없는 생물학적 무기를 AI로 개발할 수 있다는 위험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기존의 '낮음'에서 '중간'으로 상향조정했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한 분야(병렬 컴퓨팅, AI, 옴니버스)에서 젠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미래에 대한 공허한 추측을 전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술을 철저하게 기본 원리에서 출발해 냉정하게 검토했다. 그는 낙관주의나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았고, 냉정하고, 자제력을 갖춘 상태로 비즈니스 논리에 의해 움직였다. 그는 그런 비즈니스 논리를 기업 예지력의 한계를 넘어 관철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도, 상상하려 하지도 않았다. 인류 멸종의 가능성은 그의 입장에서는 기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도에서 미지의 영역에 용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었다.
엔비디아 임원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기술이 미래에 가질 함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극도로 꺼렸다. 나는 그들의 이러한 꺼림칙함이 불편함을 넘어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두려움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보다 젠슨이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을 더 두려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