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일차 - 간만의 외출
아주 큰 맘(?)을 먹고 외출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숙소근처의 슈퍼마켓이 가장 먼 외출이었지만, 오늘은 무려 지하철을 타고 예레반 기차역까지 가는 머나먼 여정이다.
환전해둔 돈도 거의 떨어지고, 비자 만료일도 다가오고 있다. 이 나라를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며칠 전 숙소에 머물고 있는 장기체류 여행자(?)에게 물어보니, 기차를 추천해주었다. 자전거를 실어야 한다면, 버스보다는 편할 거라며. 버스는 kapan 타고 온 것과 같은 미니버스만 있단다.
예레반에 있는 지하철은 노선이 하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요금은 편도 100 드람. 영어로 된 노선도가 없기 때문에, 문이 닫히기 전에 들리는 방송 'next station is ….' 을 잘 들어야 하지만, 워낙에 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는다. 지상이라면, GPS 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하에서는 순전히 운에 맞겨야 한다. 지하철 구간 중 지상으로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그 때 잠깐 GPS 를 보니, 이미 한 정거장을 지나쳐 왔다.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목적지에 내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 서울역에 해당하는 예레반 기차역은 놀라울 정도로 한산했다. 처음에는 휴일인가 착각할 정도로. 물어물어 찾아간 매표소. 다행히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안다. 좌석 중 가장 저렴한 자리로 구입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가지고 탈 건데, 추가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그냥 실을 수 있다는 것. 예레반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열차는 짝수 날에만 운행을 하기 때문에 내년 1월 2일 날짜로 예매했다. 출발 시간이 오후 9시 반. 도착 시간은 다음날 오전 7시 반이다.
무사히 티켓을 사고, 돌아올 때는 숙소까지의 길의 루트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걸어서 왔다. 생각보다 단순했고, 나쁘지 않았다. 곧 있을 새해와 크리스마스를 위해 상점과 시장에는 폭죽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예레반 기차역>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없다>




<버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