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일차 - 타지에서의 2016년 마지막 날 풍경
2016년의 마지막 날. 큰맘 먹고 외출을 감행했다. 이유는 이대로 영영 숙소에만 있다가 이곳을 떠나게 될 것 같아. 사진이라도 몇 장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처음 예레반에 들어왔을 때 봤던, 미쳐 사진 찍지 못한 다리에 갔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접어들어서인지 한 낯에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공원에도.
눈을 딛을 때마다 생기는 발자국의 깊이를 통해 그동안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지붕마다 눈을 이고 있는 집들이 줄지어 보인다. 어제도 썼지만, 예레반에서 쨍한 날씨를 언제 봤는지 기억이 없다. 이런 날이 겨울철 내내 이어진다면 누구라도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 시간은 한국 시간보다 5시간이 느리다. 이곳시간으로 오후 7시에 생중계되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미리 새해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2016년이다.
이곳 시간 자정에 가까워져 오자, 밖에서 이따금 대포소리가 난다. 나가보니 폭죽 소리다. 이곳에서도 새해가 된 것을 기뻐하는 것이다.
이란 아저씨와 함께 TV 에서 새해를 맞이하기 전, 카운트 다운하는 것을 함께 봤다.
9,8,7,6,5,4,3,2,1
드디어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아저씨와 악수를 하며 'happy new year' 라고 외쳤다. 밖에선 더 요란하게 폭죽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말이 되면, TV 에서 시상식을 하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지만 여기서는 가수들이 나와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 라이브는 아니고 립싱크인데, 무대 아래에서는 초대된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고. 여러 가수들이 나와 장시간 노래와 춤을 춘다. 나로써는 낯선 문화다.
PS. 잠시나마 2016년을 되돌아 봤다. 작년 2015년 12월 31일에는 미얀마에 있었다. 벌써 까마득하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걸 다시금 생각한다.
고국에 계신 부모님, 친척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행복한 일 많으시길 바랬다. 그리고 올한해 그리고 지금껏 몸 건강히 여행할 수 있는 건 순전히 그분들의 덕이라는 걸.
2017년 한해도 그래왔던 것처럼, 몸 건강히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
<거리에서 크리스마트 트리에 사용할 나무를 판다>


<샌들 밖에 없는 나에게 이 길은 쉽지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