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일차 - 험난한 수도로의 여정

카판을 떠나 예레반으로 가는 날. 어제 알아본 바, 9시에 호텔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에 맞춰 일어나 준비를 하고 8시 무렵 체크아웃을 할 참이었다.
여권과 2000 드람(체크인할 때, 못 받은 거스름돈)을 돌려 받기 위해 숙소 주인방 문을 두드렸다. 얼마뒤 주인이 나왔고, 체크아웃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가 묵은 방을 가서 둘러보고는 돌아와 여권을 줬다.

그러고는 'bye' 라고 했다. 내가 2000 드람을 달라고 하니, 어제와는 딴소리를 했다. 어제 묵은 방이 10000 드람이었다고. 내가 계속 따지자, 자신의 방을 걸어 잠그려고 했다. 내가 재빨리 들어가 항의를 하니, 어이 없게도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어제 8000 드람이라고 들은 아주머니와 딸(?)도 있기에. 주인은 전화를 거는 척 연기를 했다. 중간에 내가 들으라고 '폴리스' 라고 했다.

'나를 뭘로보고'

내가 계속 따지자, 1000 드람을 내놨다. 나머지 1000 드람도 내 놓으라고 따지자, 1000 드람 지폐를 바닥에 던지고, 고함을 쳤다. 버스 출발 시간이 아니었다면, 그놈의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흥분을 애써 가라 앉히고, 호텔을 향해 페달링을 했다.
도착하니 미니버스들이 몇 대 서있었다. 어제 물었던 호텔에 들어가 직원에게 물으니, 버스 관리자라고 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를 따라가라고 했다.

그는 나를 보고서 티켓 요금을 달라고 했다.
3000 드람을 내미니, 그는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호텔 직원에게 데려갔다.
'어제 3000드람이라고 했죠?'
'맞아요.'

그녀는 관리자라고 하는 사람과 뭔가 대화를 주고 받더니, '근데 3500 드람이라고 하네요.'

'아.. 정말 오늘 힘든 날이 되겠구나'

'그럼 자전거 싣는 비용 포함인가요?'
그녀가 대화를 주고 받더니,

'아뇨. 그 비용은 기사에게 물어봐야 한데요. 이건 1인당 버스 요금이래요'

그에게 3500 드람을 건냈다. 9시가 넘어서 버스가 한대 왔고, 그가 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차량 위에 싣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리봐도 그럴만한 곳은 없어보였다. 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자전거를 안에 넣으라는 시늉을 했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긴 했다. 다행히 차량에 승객이 가득차지 않아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버스가 출발할 때쯤, 관리자라고 하는 사람이 1000 드람을 달라고 했다. 자전거 싣는 비용이라면서. 그렇게 어렵사리 카판을 떠나 예레반으로 출발했다.
전체 좌석에서 2/3 가량만 찼음에도 출발했다. 중간에 승객을 더 태우지 않을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 만일 그랬다면, 자전거 싣는 것이 곤란했을 것이다.

차량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 비포장, 눈 덮힌 길을 달렸다.

'tatev1), goris2), vayk3), yeghegnadzor4), ayntap5)….'

원래 자전거로 타고가려던 루트를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만일 자전거로 달렸다면, 정말 고생했겠다는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을을 빠져나오면, 눈과 얼음으로 덮힌 길이 이어졌고, 눈이 녹은 부분도 왕복 1차선 도로의 절반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산을 따라 펼쳐지는 설원은 멋있었다. 자전거를 붙잡느라, 사진 한장 제대로 찍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나마 예레반에 어느정도 근접하고 나서야 왕복 2차선 도로가 나타났고, 어느정도 제설이 된 길이 이어졌다.

오후 1시무렵 차량이 어느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일종의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식당에서 파는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전 10시 무렵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 무렵 예레반에 닿았다. 어디가 정류장일까 했는데, 기차역 같은 곳에서 내려줬다.

GPS 를 켜고 오스카6)가 추천한 숙소로 방향을 잡았다. 시내라 왕복 4차선 도로였지만, 차량으로 가득했다. 수도 특유의 복잡함이다. 길을 잘못들어 여러번 헤맨 끝에 숙소를 찾았다. 체크인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깊은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늘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마침내 예레반에 도착했다.

<자전거에 어딘가에 싣는 일은 생각만큼 수월치 않다>

[로그 정보]

달린(자전거로 이동한) 거리 : 10 km
누적 거리 : 22347.38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1) , 2) , 3) , 4) , 5)
예레반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마을의 이름
6)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자전거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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