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일차 - 관광객을 보기 힘든 곳
내가 묵는 도미토리 룸에는 장기체류하는 이란 아저씨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온 청년이 있다. 처음에는 여행자 인 줄 알았는데, 이란 아저씨는 아르메니아에서만 11년을 살았다고 했고, 청년은 때때로 숙소의 일을 도와 주는 걸로 보아 이곳에 꽤 오랫동안 있었던 듯 하다.
오늘은 필리핀에서 왔다는 여행자(관광 목적은 아닌)를 만났다.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느라 밤 늦게 까지 응접실에 있었는데, 우연히 그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게이나 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다.
'음. 아직까지는 그렇게 열려 있지는 않지. 하지만 젊은 세대에 들어와서 많이 인식이 바뀌고 있어.'
그 이후로도 동성애 관련 질문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게이 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목소리가 약간 이상하다는(여성스럽다) 느낌이 들긴 했었다.
PS. 이 숙소에 일주일 넘게 지내는 동안 순수한(관광 목적의) 여행자는 보지 못했다. 거리에서 외국인 뿐 아니라 동양인 역시 보지 못했다. 나 역시 처음부터 아르메니아에 오려고했던 건 아니었다. 이란-터키 국경의 치안문제만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말해 '아르메니아를 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가려고 하는 곳에 아르메니아가 있어서' 가 정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