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2일차 - 비포장 오르막 그리고 벌써 2년

아침에 텐트를 정리하는데 멀리서 차가 서고 한 남자가 다가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디로 가냐고 묻는 듯 했다. 손으로 길을 방향을 가리켰다.
그는 슈만 으로 가려면 경사가 급하다고 손짓했다. 그렇다. 지도에 나와있지만 오늘 루트는 8자도로의 연속이다.
어제처럼 7번 국도를 탔다. 10 여 킬로미터를 달리고 나서부터 도로의 폭이 좁아지더니 급기하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졌다.
자갈과 여기저기 파인 도로. 문득 파미르가 생각났다. 혹시 잘 못 왔나싶어 지도를 봤지만 7번국도가 맞았다.

Beronovo 까지 비포장 도로가 이어졌다. 대부분 끌바를 했다. 마을 중심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과 내일 아침 거리를 샀다.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직진해야할 곳에 통행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지도 상에는 분명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길을 가지 못한다면 엄청나게 돌아가야 했다.

표지판 뒤를 보니 비포장 길이 이어져 있었다.
고민하다가 일단 가보기로 했다. 오르막 산길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이 도로가 이용가능했는지 쓰레기와 길 옆으로 최근 갈아엎어진 밭이 보였다. 끌바만 3시간넘게 한 듯하다. 고도는 800 미터가 넘었다. 차량통행이 전혀 없을 줄 알았지만. 3시간동안 차량 3대를 봤다. 이로서 확신이 생겼다. 길을 갈 수 있다.

오후 5시. 내리막이 시작되었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내려가던 중 물소리가 들려서 보니 어제 처럼 계곡이 있다. 바로 텐트를 쳤다. 이틀 연속으로 운이 좋다.

PS. 산을 지나면서 벌목을 하는 차량과 사람들을 자주 봤다.
PS2. 불가리아 사람들 중에 은근히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을 자주 본다.
PS3. 오늘, 채 50km 를 달리지 못했다.

벌써 2년이라니. 1주년 때는 어디에 있었을까. 여행을 처음 계획할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유럽을 다돌고 아프리카에 당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 내 생각대로만 되는게 있던가. 지난 2년간의 루트는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이다. 2년이나 지났는데. 뭔가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기존과는 다른 뭔가를 알지 않았을까.
음… 생각해보자. 뭐가 달라졌을까. 2년간.

체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오르막에서는 여지없이 끌바. 하루에 60~80킬로미터.
그리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오르막의 시작>

<비포장 오르막의 시작>




<뱀…뱀이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47.955 km
누적 거리 : 24639.515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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