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4일차 - 5일간 달리면서 느낀 점
어젯밤 달이 구름에 싸여 있었는데 기여코 자정이 넘으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는 아침 8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하루 더 있어야 할까'
일단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텐트 밖을 내다보니 하늘 저편에 맑은 하늘이 보인다. 비가 그칠 징조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그치고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해야 겠구나.'
비에 젖은 텐트 플라이를 나뭇가지에 널고 짐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구름낀 날씨이 텐트를 완전히 말리지는 못했지만 대강 정리하고 출발한 시간은 11시. 나쁘지 않다. 오히려 달리기에는 덥지 않고 좋다. 루마니아 국경까지는 90 여 킬로미터.
오늘 넘기에는 다소 긴 거리. 아마도 국경 근처에서 자야할 듯 하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지만 순풍 덕에 수월 했다. 예상외로 국경에서 10여 킬로미터 지점까지 오후 5시 무렵에 도착했다. 국경도시인 silistra 까지 갈 수도 있지만 그곳의 숙소를 구하기엔 가진 돈이 부족했다.
근처 마을의 상점에서 부식을 사서 야영을 했다. 다행히도 빈 건물의 공터를 발견해냈다.
PS. 2년이 넘어가니 하나둘씩 문제가 발생한다. 아침에 보니 텐트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아무리봐도 구멍은 없는데 어디가 문제일까. 심실링 테이프가 뜯어졌는데 이 때문일까.
PS2. 어젯밤 임시방편으로 여분의 텐트 그라운드 시트로 자전거를 덮어 놓았다. 비를 막기 위함이었는데 아침에 보니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PS3. 5일째 불가리아를 달리면서 느낀 점
도로가 갓길없는 왕복 1차선 도로임에도 차량들이 나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운전 매너가 좋다. 이렇게보면 도로 환경보다도 운전자들의 매너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러시아 문화권 나라들을 여행한 바 그리 좋은 기억이 없어 살짝 걱정을 했지만 꽤 괜찮았다. 물론 그간 달린 구간이 도시가 거의 없는 루트이긴 했지만 차량 트래픽도 심하지 않았다.
PS4. 달리는 길은 대부분 시골마을들에 인접해있다.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 문앞에 나와 의자에 앉아있거나 소일거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후에 부식을 사기위해 들른 마가진1).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할아버지 한분이 평양 또는 서울인지 물으셨다. 정확히 알고 계셔서 놀랐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88.384 km
누적 거리 : 24816.65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