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만에 다시 자전거 여행모드다. 머무는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정든 숙소를 떠나려니 괜시리 아쉬움이 든다.
예전처럼 더위를 피하기위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정각 5시에 숙소를 나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사방은 깜깜했다. 하지만, 부지런한 캄보디아 사람들. 도로에는 툭툭과 오토바이들이, 거리에는 장사를 시작하려는 식당들이 문을 열었거나 열기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시엠림시내에 들어서자 반대편 차선으로 관광객을 실은 툭툭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아마도 일출을 보기위해 앙코르 와트로 향하는 것일 테다. Royal 공원에 아침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이후 태국과의 국경 도시 포이벳으로 향하는 도로로 접어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00 km 정도 떨어진 시소폰이다.
시엠림 공항까지는 도로 양쪽에 초호화 호텔이 이어지다가, 시엠립을 벗어나자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펼쳐졌다. 오전 6시가 넘으면서 반대편 차선의 오토바이들이 더더욱 많아진다. 모두 시엠림으로 출근하는 행렬이다.
여느날 같았으면, 일출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워질텐데, 7시가 지나도록 해가 보이지 않는다. 구름에 가린 것이다. 자전거 타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목적지를 약 20여 킬로미터 앞둔 지점.
갑자기 뒤에서 오토바이가 왼쪽 리어 패니어를 치고 앞질러 갔다. 충격 때문에 패니어는 자전거와 분리되면서 도로에 나뒹굴렀고 오토바이도 얼마못가 중심을 못잡고 넘어졌다.
한쪽 패니어가 분리되면서 무게균형이 기울면서 나 또한 순간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도로에 오가는 차량이 없어서 큰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도로 밖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패니어를 수습하러 갔다. 한쪽 끝이 뜯겨져 있었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오토바이에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타고 있었는데, 운전했던 아저씨가 한쪽 어깨를 쥐며 괴로워했다. 뒤에서 받았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유추해보건데, 오토바이 뒤 양쪽에 짐을 싣기위해 설치한 구조물에 패니어가 걸리면서 사고가 난 것 같다. 당시 도로에 오가는 차량없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어서 왜 사고가 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껏 여행하면서 이런일이 없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수습하고,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부축하고는 근처 가게로 들어갔다. 그들에게 패니어 수리비를 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그냥 갈까하다가, 번역앱으로 몸이 괜찮은지 물었다.

캄보디아어로 번역된 글을 아주머니에게 보여줬는데, 글을 잘 모르는지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읽어서 알려주었다. 크게 우려할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 후 짐정리를 하는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What happen?”

문을 열어보니, 고글을 쓴 여자가 서있었고,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I come from Korea“

그 사람은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였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내 자전거를 보고 누군지 궁금해서 내 방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 건 처음이다.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와 비슷하게 지난 5월 초에 출발했고 중국 - 베트남 - 캄보디아 순으로 여행을 했단다. 여자 혼자서 자전거 여행을 하다니 참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그는 외국 생활의 경험이 많아, 여행 도중 친구나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여행 중에도 꾸준히 블로그도 운영하고, 책도 낸다고 하니, 정말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내일 태국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인도를 9개월 체류한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기로 했다고.


 <캄보디아의 로터리마다 볼 수 있는 구조물>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09.488 km
누적 거리 : 7844.459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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