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야 할 거리(약 133 km)가 지금껏 달려온 거리에 비해 비교적 짧아 별 걱정을 하진 않았지만, 문제는 양(거리)보다는 질(고도)에 있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서쪽으로 갈 수록 지형이 높고 산들이 많다.
오늘 달렸던 루트는 수 km 동안 평지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들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오랫동안 끌바를 한 날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다.
공사구간을 지나다가 안전바에 왼쪽 프론트 패니어가 걸리면서 넘어졌다. 폭이 좁은 길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페달을 밟았는데, 패니어가 없었다면 몰라도, 양쪽에 묵직한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어림없었다.
프론트 패니어는 도로에 나뒹굴었고, 리어 패니어도 간신히 랙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난데없는 사고를 당하고 보니, 정신이 없어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그때, 뒤에서 자전거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30분 전 쯤, 도로에서 봤던 여행자였다. 영어가 가능했던 그와 한동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조금 뒤 또 한명의 자전거 여행자가 왔다. 두 사람은 친구라고 했다. 두 사람 역시 오늘 삼문협(sanmenxia) 까지 간다고 했다.
<오른쪽 친구 덕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최종 목적지는 청두 라고 했다. 그들은 거의 매일 주유소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샤워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돈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나도 중국어가 가능했다면…'
그들에게 앞으로의 루트에 관해 물었다.
“시안에서 난닝까지의 루트 혹시 알아?”
“가보지 않아서 몰라. 하지만 길이 어려울 거야”
“시안에서 청두까지의 루트는 어떻게 되?'”
“한중, 약 5일 정도 생각하고 있어”
업데이트 이후 이상해진 바이두 앱 문제는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라 물어볼 수 없었다. 숙소 관련 얘기를 하던 도중, 그가 앱을 몇 가지를 추천해주었다.
- Qunaer : 숙소 찾을 때 쓰는 앱
- Tengxun map : 바이두 앱 보다 더 좋다고 한 앱
- Hujiang : 오프라인에서도 사용 가능한 번역기
그들은 더운 날씨 탓에 전날 저녁 8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오에 1~2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고 했다. 괜찮은 생각 같았다.
우리는 약 2시간 정도 함께 라이딩을 하다가, 뒤에 따라오던 그의 친구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아쉽게 헤어졌다.
목적지를 약 40 km 정도 남겨둔 지점부터 주변에 산들이 보이고 오르막이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도로 포장공사로 인해 1차선만 운행이 가능했다.
<실크로드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루트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끌바를 시작했고, 오른쪽 끝, 비포장 도로 구간으로 이동했다. 대형트럭이 지나간 후의 희뿌연 먼지들은 끌바조차 어렵게 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잦아질텐테,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다. 단순히 거리만으로 하루 루트를 결정하는 것은 더이상 옳은 방법이 아니다.
힘들게 끌고 올라간 언덕에서 만나는 내리막도, 그 이후 더 높이 올라야 하는 오르막을 보면 그리 신나지 않았다.
<산 정상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들, 그만큼 이구간은 바람이 심했다>
장시간의 끌바와 페달링 끝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숙소는 지금까지 묵었던 곳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아닐까 싶다. 하긴 이름부터가 'XXX 호텔“이다. 빈관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하지만,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설은 별로 였다.
PS. 숙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증금)Deposit 을 안받는 곳보다 받는 곳이 더 많았다. 보통 하루 숙박비용의 1/2 또는 2/3 를 낸다. 그런데 오늘 숙소는 하루 숙박비용은 158 위안인데, Deposit 으로 400 위안을 요구했다. 역시 호텔은 다르다.
PS2. 바이두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 지도앱에서 로그인을 했더니, 기존처럼 북마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34.136 km
누적 거리 : 1428.135 km
[지도 정보]
[고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