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출발일까지 5일 남았다. 오늘은 콥트교의 크리스마스 기념일이자, 이집트의 공식 휴일이다. 그동안 미뤄오던 기자 피라미드를 가기로 결정했다.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고, 자전거 부품과 짐싸는 걸 감안하면, 빨리 다녀오는게 낫겠다 싶었다.
작년 연말에 폭탄 사고가 터졌고, 게다가 오늘이 콥트교의 기념일이라 갈까말까 망설였지만, 가기로 했다.
giza 피라미드에서 가장 가까운 giza 지하철 역이 있지만, 도로 상으로는 거의 9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가는 시간을 감안해서 8시 반 경 에 집을 나왔다. giza 역에 도착하니, 10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작은 승합차(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대로변을 따라 직진해서 쭉 걸으면 되기 때문에 헤깔릴 염려는 없었다.
정오 전에 도착할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1/3 정도 걸었을 때, 까르푸가 보였다. 가면서 먹을 과자를 두봉지 샀다. 폭탄 사고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리 중간중간에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검문을 하는 듯 했다. 기자 피라미드에 가까워오자, 멀리 피라미드가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걸 실제로 보다니.
티켓을 구입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박물관 때와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낙타나 말을 타라는 장사꾼들이 많았지만, 패쓰.
글쎄, 타려고 했던 사람도, 이곳의 낙타나 말을 본다면, 굳이 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 것 같다. 암튼 안쓰러워 보였다.
피라미드에 비해서 스핑크스는 내 예상보다는 별로였다. 너무 많이 훼손되어서 일까. 얼굴 특히 코는 다 깎여나가서 위치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피라미드는 상상이상이었다. 특히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총 3개의 피라미드가 있었는데, 크기는 서로 달랐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가 또 달랐다. 몇 천년 전에 사람 키보다도 몇 배 큰 바위를 깎아서 어떻게 운반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기자 피라미드 구역은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넓었다. 멀리 모래 언덕들이 보였고, 걸어서 또는 낙타나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따금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종종 강한 모래바람이 불었는데, 맞으면서 앞으로로 겪을 사막 지역 라이딩에서 역풍을 맞으면 끌바밖에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올 때도 걸어갈까 하다가, 올때, 몇몇 버스가 다니는 걸 봤다. 2001, 2002, 1145번.
기자 피라미드를 나오는데, 2001 번 버스가 서 있을 걸 발견했다. 아마 이곳이 종점인 듯 하다.
버스는 처음 타보는데, 구글링에서는 3~ 5 파운드가 요금이라는 정보를 있었다. 확실하지 않아 앞에 탄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3~4 파운드일 거라고 했다. 버스 출발이 임박하자, 차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에서 부터 요금을 받기 시작했다. 5 파운드였다.
오늘이 휴일이라 갈 때는 차랑이 별로 없었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차량이 제법 많아져 있었다.
버스 기사는 거의 경적을 자동으로 누르고 가다시피 하며 운전을 했다.
어쨋든 덕분에 편하게 왔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 다리가 뻐끈하다. 그래도 밀린 숙제를 한 것 같다.
Ps. 이곳 기온이 아침에 10도 아래로 내려가는데, 아침과 밤에는 잘 때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춥다. 밖은 더 춥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