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일차 - 탈린 관광 I
에스토니아에 가는 날.
어젯밤 알람을 맞춰놓고 잤다. 아침 6시. 씻고 준비 후 직원 방을 두드려 짐을 맡겼다.
버스터미널까지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오히려 늦을 것 같아1) 걸어가기로.
Lenta 에 들러(참고로 이곳은 24시간영업을 한다) 가면서 먹을 부식을 샀다. 러시아에서는 의외로 바나나가 저렴하다. 러시아에서 어떻게 바나나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붙어있던 스티커('베네수엘라' 라고 적힌)로 의문이 풀렸다. 그동안 거스름 돈으로 받은 동전들2)을 처리하기위해 70 루블을 모두 동전으로 계산했다. 계산원 할머니의 눈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9시가 되니, 전광판에 타야할 플랫폼 숫자가 떴다. 9번.
9시 10분에 버스가 왔다. 예정보다 10분 늦은 9시 30분에 출발.
국경에 가까워 올수록 흐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쪽 국경에 다다르자 검사원이 탑승했다. 승객들은 자신의 여권을 펼쳐 보여줬다. 문제가 없자, 버스에서 내려 국경 검문소에 입장.
별도의 짐 검사 없이 여권 검사만 진행했고, 입국할 때 작성한 종이는 심사 때 반납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출국 절차를 완료했다.
에스토니아쪽 역시 별도의 짐 검사 없이 여권심사만으로 간단히 입국 완료. 보통 입국 시에는 짐 검사를 하는데 의외였다.
국경을 넘으니 거짓말 처럼 날씨가 개었다. 그리고 그동안 안되던 버스 인터넷이 됐다. EU 국가가 그런가?
넘자마자, Narva 라는 에스토니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가 있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참고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곳 주민의 93.85% 가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안단다.
국경 검문소 옆에 펄럭이는 에스토니아 국기(처음에는 국기인지도 몰랐다)와 EU 국기.
주유소를 보니 95 가 1.1 유로. 대략 러시아의 두배다.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3시 40분 경에 탈린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수도의 버스 터미널임에도 생각보다 작았다. 이틀 뒤에 여기서 다시 상트행 버스를 타야 한다. 지하철이 있는지 검색했으나, 없었다. 숙소까지 3 km. 구경할 겸 걸어가기로.
어렵사리 숙소 체크인을 하고, 가장 가까운 성당으로 향했다.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
러시아에서 보던 성당과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러시아 정교회지만. 신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스카프를 쓰지 않았다. 좀더 개방적이고 기독교 색체가 약하다고 할까.
성당 구경을 마치고 Old town 을 둘러봤다. 마을 전체를 성벽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고 고택들이 모여있었다. 이곳이 그닥지 흥미롭지 않았던 것은 조지아,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지나오면서 비슷한 곳들을 여러번 봤기 때문일 것이다.
명소답게 까페나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탈린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멀리 발트해가 보이고 떠있는 큼지막한 배들이 보였다. 아마도 여객선들이 아닐까.
저녁 거리를 사러 숙소 근처의 슈퍼 마켓에 갔다. 버스 터미널에서 본 'Rimi' 라는 마켓. 이곳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는 곳 같다. 가격표를 보니, 러시아보다 비쌌다3). 러시아에서 본 라면이 있긴 했지만, 숙소의 열악한 시설을 고려해볼 때 해 먹기는 힘들어 보였다. 전자렌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입했다.
PS. 에스토니아에 온지 반 나절도 안됐지만, 러시아와의 차이점을 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건널목마다 설치되어 있는 신호등이다.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의 짧은 거리에도 신호등이 있는데, 파리 시내가 떠올랐다.
러시아 시내를 걸으면서 신호등이 설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가면 알아서 차량이 서는 문화(?)인데, 나같이 사람이 차량을 피해다녀야 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은 익숙하지 않다. 때로는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하다.
건널목마다 곳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짧은 거리에도. 문득 파리 시내가 떠올랐다. 러시아와는 완전 다르다. 러시아 시내를 걸으면서 신호등이 설치되면 좋겟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신호등없는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가면 알아서 차량이 서는 건데. 나같이 사람이 차량을 피해다녀야 하는 나라에서 오래 산 사란은 익숙하지 않다. 때로는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하고.
PS2. 에스토니아는 통화가 유로다. 따라서 인출을 해야 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 가장 유명한 은행인 sdenbank4). 이곳에서 인출을 하려고 ATM 기기를 찾았다. 대부분 쇼핑몰 내부에 있어 찾기 어려웠다. 결국 은행지점에 가서 뽑았다. 160 유로에 대략 수수료는 3~4000원 정도. 여러모로 러시아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PS3. 숙소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름 가격 대비 평점을 보고 예약을 한 건데, 체크인을 하면서, 평점을 맹신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ooking.com 앱에 숙소로 표시된 장소의 건물에 도착. 간판도 없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문이 잠겨있어, 벨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고,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 뒤따라 들어갔다. 그에게 여기가 호스텔이냐고 물으니, 이 건물에만 호스텔이 3개나 있기 때문에 내가 찾는 것이 여기 있는지는 모른단다. 건물 주소만 있을 뿐, 층 수는 나와 있지않아, 한층씩 올라가면서 물었다. 가장 마지막 층에서 숙소가 맞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호스텔은 두개의 건물에 나뉘어 있는데 내가 묵을 방은 다른 건물이란다. 그리고 현재 그 건물 샤워실 공사를 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단다. 화장실은 사용할 수 있다고. 샤워를 하기위해서는 거리를 지나 이쪽 건물로 와야한다고.
하지만 직원의 말과는 달리 저녁이 되자 화징실의 물 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직원에게 얘기하니 본관 건물의 방으로 바꿔주겠다는데, 기존의 도미토리 방은 없어서 추가금을 내야 한단다. '하아…'
화장실 때문에 건물을 왔다갔다하기는 싫어서 결국 방을 바꿨다.
Ps4. 에스토니아를 오면서 자전거 탄 사람들을 더 자주 보게 된다. 건물마다 자전거용 주차시설이 있는 것도 특이햤다. 자전거 투어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Lenta 슈퍼마켓>





<탈린 버스터미널>


































<예상치못한 곳에서 한글을 보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