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일차 - 오랜된 숙제를 한 날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름 정해둔 규칙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 이후 파키스탄의 비자정책 때문에, 또 라이딩이 어려운 날씨환경 때문에 아르메니아, 조지아의 일부 구간을 버스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 룰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위도에 상관없이 모든 경도를 자전거로 타고 간다는 룰을 정했다. 이에 따라서 인도의 뉴델리 이후,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동쪽 국경을 넘음으로써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전거로 달린 구간 중 가장 서쪽인 이란의 졸파(Jolfa)의 경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조지아에서 같은 경도인 구간을 찾았다. 조지아의 동쪽 지역, 숙소로부터 8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거리 상으로 멀지는 않지만, 왕복하면 160 여 킬로미터가 넘는다.
이 계획을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에 실행하려고 했지만, 계속 미뤄오다가 오늘에야 결행하게 되었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패니어 없이 가장 가벼운 핸들바 백만 가지고 출발했다. 이때가 오전 9시 반 무렵. 그때는 알지 몰랐다. 오후 10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오게 될 줄은.

혼잡한 트빌리시 시내를 거치지 않고, 트빌리시 sea 를 따라 가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후 공항을 지나 더 동진 했다.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졌다. 오후 3시 무렵, 졸파(Jolfa)와 경도가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린 것이다. 이때만 해도 몸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100 km 가 넘어가면서 왼쪽 다리에 통증이 시작되더니, 얼마 후 오른쪽 다리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급기하 12km 남겨둔 상태에서는 더이상 페달링 하기가 힘들정도로 무릎이 아팠다. 이때부터는 끌바를 시작했다. 내리막에서만 페달링 없이 자전거를 탔다. 저녁 7시. 해는 어느덧 지고 어둠이 깔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 트빌리시 sea 를 오른쪽에 두고 자전거와 걸었다. 서늘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다시 출발하려면, 며칠 쉬어야 할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어있었다. 내리막에서 걷는 것 조차 힘들었지만, 오랜 숙원 하나를 이뤘다는 기쁨은 더 컸다.

PS. 다음 주 월요일을 출발일로 잡았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월요일부터 비소식이다.

PS2. 오늘의 라이딩을 통해 자전거 여행자로서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PS3. 속도계를 보니, 무려 168km 를 달렸다.

<졸파(Jolfa)와 경도가 같은 장소. 물론 아무런 표식도 없다>


<길가에 꽃이 핀 나무들이 자주 보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와인으로 유명한 조지아. 포도밭이 많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67.813 km
누적 거리 : 22531.767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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