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어제 저녁 때 짐의 거의 싸놓고 잤음에도 아침에 서둘러야 했다. 구름만 껴있을 뿐 다행히 아침에 비는 내리지 않는다.
미리 만들어둔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짐을 모두 옮기고 차고를 열어 자전거를 꺼냈다. 사실 모든 짐을 자전거에 적재한 건 처음이라 과연 이걸 타고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새로산 자전거 부품들을 꾸역꾸역 넣어서 출발한 시각은 7시 40분 경 출발. 출근하는 호스트인 sven 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Langerwehe 역은 이미 몇 번 와봤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도착했다.
8시 37분 기차.
출근을 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탈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객차를 찾았다. 보통 자전거 그림이 있기 마련인데.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냥 자전거를 실었다. 다행히 기차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자전거가 쓰러질까봐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Bonn 역까지 왔다. 도착할 때까지 검표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공짜로 타는 건가?
원래 여기서 15분 뒤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는데, 30분 연착되었다는 내용이 전광판에 나왔다. 플랫폼에 엘레베이터가 있어 다행히 이를 이용해서 기차가 오는 플랫폼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 열차는 자전거를 싣는 칸이 가장 뒤에 있었다. 아마 지금껏 타본 열차 중에 자전거 승객에게 가장 쾌적하고 편의성 높은 기차가 아닐까. 거치대마다 번호가 있고, 심지어 특정번호에는 예약이 되어있다는 메세지가 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예약은 필요없었다. 기차에 자전거를 실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1시간 조금 넘게 달려 공항 역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전 11시 반 정도.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6시였으니, 꽤 넉넉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에누리없는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도 뮌헨공항처럼 굉장히 큰 규모였다.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자전거 박스를 구하는 일이었다. 미리 인터넷에서 알아본 대로, 공항에서 수하물을 포장하는 곳에 가서 자전거 박스를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25유로. 결재를 하니, 영수증을 주며 저쪽에 가면 짐을 맡아주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박스를 받으라고 했다.
그곳에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니,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그러더니, 이곳에는 박스가 없으니, 아래층에 있는 짐을 맡아주는 곳에 가서 박스를 받으란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현재의 층은 출국장이었고, 아래층은 입국장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오가기가 불편해서 한곳에 세워두고 아래층을 내려가 찾기 시작했다. 수하물 박스를 포장하는 직원에게 자전거 박스를 얻고 싶다고 하니, 사무실 안쪽을 가리켰다. 앉아있는 여직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자전거 박스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수증을 보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랬더니 30 유로라고 했다. 황당했다. 갑자기 30유로라니.
내가 위에서 이미 결재까지 다 했는데, 무슨소린지.
자초지종이 길지만, 결론부터 쓰자면 내가 갔던 곳은 사설 포장 업체였다. 그리고 내가 처음 구입한 곳은 공항의 포장업체였고. 결국 다른 공항의 포장업체에 가서 박스와 테이프를 얻었다.
이때가 절반 가량 진이 빠졌을 때다.
이제 포장을 해야한다. 자전거 앞바퀴만 분리하면 되겠지란 생각과는 다르게 앞 짐받이, 핸들바까지 분리해야만 했다. 짐받이와 핸들바는 처음 해보는 거라, 단계마다 사진을 찍었다. 각 4개의 패니어를 2개씩 테이프로 묶었다. 자전거를 박스포장하고, 전자기기들을 핸들바 백에 넣고, 나머지 짐들을 패니어에 넣으니 오후 3시반이 넘었다. 쉴틈도 없이 체크인을 해야 했다. 자전거 전용 운송료, 그리고 23kg 까지의 수하물 2개를 추가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다.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이 이 자전거를 산 건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영수증을 보여달란다. 없다고 하자,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10 여분이 지났을까, 이쯤되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뭐가 문제지?'
그가 오더니, 'no problem' 한다.
결국 짐을 부치고, 티켓을 건네받았다. 공항이 넓어 탑승 게이트까지는 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거의 쉴틈 없이 비행기를 탔다. 진이 다빠졌다.

2시간 반 가량을 날아서 아테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일 아침 8시까지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니, 아침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어제 만들어둔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직까지는 EU 국가라 기존의 심카드로 인터넷이 가능하다. 또한 별도의 출국심사도 하지 않는다.
자정 무렵, 게이트에 들어갔다. 별 얘기없이 쉥겐국가 출국 도장을 받았다. 이로서 여권이 바뀌면 쉥겐국가 체류일 또한 새롭게 갱신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789 km
누적 거리 : 40985.28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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