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비자가 만료되는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인도로 넘어가야 했다.
어제 국경 사무소에서 오늘 오전 중에 다시 오라고 했기에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맞춰 출발 준비를 했다.
패니어를 싣는데, 새로운 여행용 자전거가 보인다. 마침 bill 아저씨와 자전거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무려 4년 넘게 세계일주 중인 일본 자전거 여행자였고, 오늘 오전에 인도에서 미얀마로 넘어왔다고 했다. 앞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앞으로의 루트가 비슷해서 서로의 여행 정보를 공유했다.
오전 11시 쯤, 숙소를 출발해, 국경 사무소에 도착했다. 가자마자 경비원이 “Hello! Korean” 하고 나를 알아본다.
어제처럼 여권과 special permit letter 를 가지고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 봤던 담당자가 있었다.
여권과 letter 를 건네받더니, 별 질문도 없이 흔쾌히 출국 도장을 쾅 하고 찍어준다. 1분 남짓이나 걸렸을까.
그와 악수를 하고나서 그가 “Safe journey!” 라고 했다.
드디어 인도에 들어가는 가는구나.
사무실에서 나와 다리를 건넜다. 건너자마자 보이는 표지판에는
“Welcome to India”
“Traffic direction is left side”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태국과 같은 왼쪽 차선이 진행방향인 것이다. 인도로 넘어오긴 했지만, 아직 실감은 나지 않았다.
표지판에 나온 방향을 따라 올라가니, 검문소가 나온다. 군인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도장을 받아오란다.
방금 받아온 도장을 보여주니, 그것은 타무, 즉 미얀마 쪽에서 받은 거고, 인도 쪽에서 받아야 하는 도장이 있어야 한단다.
어디서 받아야 하냐고 물어보니, 내가 건너온 다리와 지금의 검문소 중간에 건물이 있는데 거기서 받아오란다.
다리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왔고, 주변을 살펴봤지만, 별다른 건물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나는 생각에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올라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어 그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은 내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쪽에는 그런 건물이 없다는 것.
다시 검문소로 향했다. 방금전 나에게 말했던 군인이 마치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말했다.
“못 찾았어? 앞으로 쭉 가면 경찰서가 있어, 거기가서 도장을 받으면 되”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비슷한 경험을 국경을 지날 때마다 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경찰서에 가서 도장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여기서 얼마 떨어진 곳에 세관 사무소가 있으니 거기가서 먼저 custom clear 를 해오라고 했다.
물어물어 사무소를 찾아가 담당자가 건내준 문서 양식을 작성했다. 금이나 보석류, 고가의 제품을 들여왔는지 등을 묻는 것이었는데,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가방 갯수를 적는 항목에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하니, 하나(1)로 적으란다.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하고 경찰서로 돌아왔다. 담당 직원이 건네준 2장의 문서 양식을 작성해야 했다.
인적 정보와 얼마나 인도를 여행할 건지, 언제 나갈 건지, 다음 행선지 등을 물었다.
이를 작성한 후에야 오늘 날짜가 찍힌 입국 도장을 여권에 찍어주었다. 모든 절차가 끝난 줄 알았지만, 그는 나에게 종이 쪽지에 뭔가를 적어주면서, 임팔(Imphal)에 가면,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인 즉슨, 오늘 받은 도장은 인도 입국 승인 절차가 완료된 것이고, 모레(Moreh), 즉 마니푸르의 경우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경우, 등록(register)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등록 사무소가 임팔의 경찰서에 있다는 말이었다.
일단 그렇게 경찰서를 나왔다. 이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야 했다. 인도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오전에 만난 일본 여행자와 얼마 남지 않은 미얀마 돈을 루피로 환전하긴 했지만, 그 돈(400루피)으로는 숙박비를 지불할 수 없었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모레 중심의 은행에 갔지만, ATM 기기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앞에 있는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고장이 났단다. 언제 고쳐지냐고 물어보니, 곧이라고는 하는데, 정확히는 모른단다.
은행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려고 길게 줄을 서있다.
뭔가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사람들이 종이에 자신의 통장 정보를 기입하고, 창구에 내면 돈을 주는 것 같았다. 그것도 인출 한도 금액이 있는 것 같았다.
경비원에게 다른 곳에 ATM 기기가 있냐고 물어보니, 모레에는 이곳 1대 뿐이란다. 다른 은행도 찾아갔지만, 돈을 찾으려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만 보일 뿐이었다.
가지고 있던 달러를 환전하려고 물어봤더니, 환전은 안된단다. 미얀마-인도 friedship 시장의 미얀마 side 로 가야 한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기다린다고 해도, ATM 이 언제 고쳐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때가 시간이 오후 1시 무렵이었다. 모레에서 머물려던 계획을 바꿔 임팔로 출발했다.
임팔까지는 거리만 100km 가 넘고, 중간에 고도가 1500m 가 넘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는 가기 어렵다. 아마 도중에 야영을 해야할 것이다.
모레에서 벗어나자마자 경사가 급한 오르막 길이 이어졌다. 트럭들도 한번에 오르기 힘든, 메케한 매연을 뿜으며 올라가는 그런 길이다.
도로의 표시판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 걸보니, 인도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구간마다 여러 마을(village)들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가 된지 얼마되지 않아 마을 입구마다 이를 축하하는 장식들이 걸려 있었다. 미얀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도가 500~600m 지만, 보이는 풍경과 모습은 중국 티벳으로 가는 도로에서 봤던 느낌과 비슷했다.
워낙 길의 경사가 심하고, 8자 도로의 연속이라, 많은 차량들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미얀마와의 국경에서 거래한 물품을 싣거나, 사람을 태운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이중에는 어제 같은 검문소에서 봤던 서양 외국인과 미국인 커플을 태운 차량도 있었다.
군사보호지역이라는 말처럼 구간마다 차량을 세워두고 검문 검색을 하는 검문소가 여러군데 있었다. 다행히(?) 이륜차는 예외였다. 한번은 검문소 군인이 신기했는지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아무 문제도 없는 여권을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인도의 표준시간은 미얀마보다 무려 1시간이 더 느리다. 인도 첸나이 같은 도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곳 마니푸르 기준으로는 정확하지 않은 시간이다. 인도 표준시간으로는 오후 4시였지만, 이미 해는 지고 주위는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캠핑할 장소를 물색했지만, 미얀마 처럼, 도로 옆에 텐트를 칠 만한 공간이 있을 정도로 산새가 완만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꺾어지는 코너에서 텐트를 칠 만한 곳을 찾았다. 텐트를 치면서 든 생각은
'이곳이 군사보호구역이라 야영이 가능할까?'
'아까 군인들이 차를 타고다니며 여기저기 보초를 서고 있던데'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안되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
이때 고도가 700m 남짓. 한기가 느껴졌다. 결국 침낭을 꺼냈다.
인도에서의 첫날 밤. 쉽지않다.
<4년차 일본 자전거여행자. 내공이 느껴졌다>
<노란색 철재다리를 건너면 인도다>
<인도는 좌측통행이다>
<인도 세관사무소>
<인도-미얀마 국경시장>
<릭샤를 다시보게 되다니. 인도에 온 게 맞다>
<임팔에 가면 CID office 를 가야한다>
<영어와 힌두어로 적힌 표지판>
<영어로 적힌 표지판이 반갑다>
PS. 모레에서 임팔로 오는 길에 있는 마을(village)에는 군부대가 함께 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3.205 km
누적 거리 : 11935.912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