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밤 사이 아무일도 없었다. 자정이 넘고 너무 추워 침낭을 꺼냈다.
현재 해발 700 미터. 임팔(Imphal)에 가기위해서는 1500 미터 언덕을 넘어야 한다.
어제 저녁으로 먹고 남은 식빵 몇 조각을 먹고, 채 마르지 않은 텐트를 걷어 출발 준비를 했다.
어제에 이은 오르막의 시작. 먹을 것은 없고, 마실 물도 얼마 없어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했다. 가계나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더더욱.
다행히 1시간 정도 끌바를 하니, 마을이 나왔다. 식당은 없었지만, 구멍가게가 무려 2개나 있었다. 밥 대신 먹을 만한 빵과 과자를 샀다.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식당을 물어보니, 고도 1500미터 언덕 위에 위치한 'tengnoupal' 에 있다고 했다.
GPS 상, 직선거리로는 8km 에 불과하지만, 실제 거리와 소요시간은 이보다 길고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정오가 거의 다되서 'tengnoupal' 에 도착했다. 행인에게 물어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간판에 'hotel' 이라고 적혀 있는데, 막상 가보면, 숙소는 아니고, 식당이다.
밥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카레를 주문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레는 생각도 못할 메뉴였는데, 인도가 맞긴 맞나싶다.
오르막은 끝인 줄만 알았는데, 이후로도 수 킬로미터 더 이어졌다. 길을 가다보면, 검문소를 자주 지나게 된다.
대개 차량에 실은 짐을 검사한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같은 이륜차는 그냥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나를 보고 서라고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자전거를 보고 호기심에 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고, 문제가 없는데도 계속 뒤적거린다. 오늘은 안경에 부착한 백미러를 보고 자기가 써보고 싶다며, 안경을 벗어달라고 했다.
성질 같아서는 한 소리 해주고 싶었지만, 여행자 신분이고, 게다가 여기는 군사보호지역이 아닌가.
1500m 고지에서 내려다보이는 겹겹이 이어진 산과 숲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사진을 여러장 찍었지만, 직접 보는 것 보단 덜했다.
곧이어 내리막 길이 이어졌고, 약 고도 900 m 부터는 평탄한 길이 나왔다. 임팔까지는 40여 킬로미터.
시간 상으로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사실 상, 해가 점차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3시 이후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거리의 차량이 늘어났고, 여기저기서 경적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지 맞아, 이것이 인도였어'
나중에는 머리가 아플정도로 시끄러워서, 결국 귀마개를 꺼냈다. '진작에 쓸 껄' 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진 오후 5시 무렵, 임팔에 들어섰다.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를 찾으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주변이 어둡고, 밀려드는 차량때문에 찾지 못했다.
대신 우연히 발견한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인도의 거리표지판은 이렇게 생겼다>
<인도의 트럭은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AH1, Asia Highway 1 번 도로. 군데군데 끊겨있지만, 우리나라까지 연결되어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집들이 보인다>
<그토록 찾아헤메던 식당에서의 점심식사>
<식당 내부 모습>
<Hotel 이지만, 엄연한 식당이다. 저녁은 탄두리 치킨으로>
PS. 인도 북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흔히 떠올리는 인도사람의 모습이 아니고, 그냥 나와 비슷한 동아시아쪽 사람에 가깝다. 그들은 일반적인 인도사람들처럼 어릴때부터 힌디어와 영어를 함께 배운다. 일상 생활에서는 힌디어를 사용한다.
PS2. 임팔로 오는 도중에 우연히 은행 ATM 기기를 발견했고,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PS3. 검문소도 그렇고, 임팔로 들어오는 곳에서도 기관총을 맨 사람들을 흔히본다.
PS4. 검문소에서 물어보는 것은 대개 비슷하다.
'국적이 어디냐?'
'오늘 어디까지 가냐?'
'다음 목적지가 어디냐?'
외국인이 우리나라 강원도 철원이나 경기도 연천같은 곳을 여행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이곳을 지나면서, 그곳을 여행했던 때가 생각났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87.009 km
누적 거리 : 12022.92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