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유난히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물을 한번 끼얹고 다시 눕기를 여러번, 잠이 들었다 싶다가도, 얼마 안되서 깨기를 여러번.
결국 알람의 도움없이 제때에 일어날 수 있었다.
Ahmemabd 행 버스 출발 시간은 오후 5시. 체크아웃은 오전 7시. 이 10 시간 가량을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이다. 근처 공원 겸 동물원에 갈까? 아니면, 엘로라(ellora) cave 에 갈까?
결론은 ellora cave. 엊그제 ajanta 행 버스를 탔던 터미널로 향했다. 엘로라는 30km 정도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도착하니, 오전 8시 무렵.
아잔타처럼 9시 개장인 줄 알았더니, 입구에 있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는 제스쳐를 한다.
입장료는 예상대로 500 루피.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다. 덕분에 혼자서 동굴들을 둘러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엘로라 동굴은 총 34개의 동굴로 구성되어 있다. 아잔타에 비해 동굴 수도 많고, 그런 만큼, 더 넓은 지역(약 3km)에 분포하고 있다. 모두 돌아보는데, 약 4시간. 아잔타 보다 2배 정도 더 걸렸다.
엘로라 동굴의 특징 중 하나는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의 석굴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번~12번까지는 불교, 13~29번까지는 힌두교, 30~34번까지는 자이나교 양식의 석굴이다.
순서대로 보기 위해 1번 석굴로 향했다. 이틀전 아잔타에서 봤던 석굴과 비교해서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건물 4층 높이로 된 석굴이 인상적이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의 시멘트처럼 돌을 가지고 자유자재로 굴을 만들었던 것 같다. 굴 안의 석상들과 조각된 장식들은 아잔타에서 봤던 그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아잔타에서 봤던 석굴안에 그려진 벽화는 없었다.
13번 부터 시작된 힌두교 양식의 석굴은 불교 양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석굴의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할 불상 대신, 힌두교의 시바신을 상징하는 링가가 박혀있었다. 석굴 벽에는 힌두의 대표적인 3대 신인, 브라마, 비슈누, 시바가 새겨져 있었다. 특히 16번인 Kailasa temple 은 규모면에서 단연 가장 최고였다.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를 깎아 통로를 만들고, 벽에는 여러 형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게 둘러본 자이나교 석굴.
앞서 불교, 힌두교 석굴과는 1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 산 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자이나교' 이름부터 모든게 생소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31~34 번까지의 석굴 입구는 각각 따로 였지만, 안으로는 모두 이어져 있는 구조였다. 마치 미로처럼.
석굴의 가장 안쪽에는 불상과 링가 대신 남성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조각이 있었다. 아마 자이나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 같다. 중요한 사람치고는 지극히 현실적인 형상이었다. 벽면에 새겨진 이외의 형상들도 다른 두 양식의 석굴과는 달랐다.
사람형상 위로 새겨진 꽃다발(?)모양의 장식이 특이했다.
엘로라 구경을 마치고, 나와 버스를 타고 다시 Aurangabad 로 돌아왔다. 아직도 버스 출발 시간까지는 서너 시간이 남았다.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두어 시간을 보낸 후,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PS. 인도에서는 티켓 구입 시 별도의 안내 책자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표지판이 친절하게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관광지 내부 시설들의 위치 정도는 알려주면 좋으련만.
PS2. 날씨가 날씨다보니 물을 정말 자주 먹게 된다. 자전거 여행이 아닌데도 하루 4~5 리터는 마시는 것 같다.
<바위산의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석굴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자칫 길을 헤멜 수 있다>
<불교 석굴. 화려한 벽화만 없을 뿐, 아잔타 석굴과 비슷하다>
<3층 높이의 석굴. 마치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같다>
<힌두 석굴. 힌두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 조형물>
<유난히 코끼리 조각상이 많다>
<힌두교의 시바신을 형상화한 링가>
<자이나교 석굴. 가장 큰 특징이라면, 머리 뒤에 꽃다발(?) 문양이라고 하겠다>
<Ahmedabed 행 버스>
<엘로라 석굴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