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이글은 네팔에서 쓰고 있어야 했다. 오후 1시. 나는 어제와 같은 숙소의 같은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 카트만두행 비행기 출발시간은 오전 6시 30분.
어젯밤 무려 알람을 새벽 2시 10분에 맞춰 놓고 잤다. 그리하여 새벽 3시 반, 숙소를 나와 공항 메트로 역으로 향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메트로 역은 아직 닫혀 있었다. 표지판에 적혀있는대로 첫차가 출발하는 4시 45분의 15분 전인 4시 30분에 문을 열었다.
어제 와본터라, 헤매지 않고, 토큰을 사서 열차가 오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어제도 잠깐 둘러봤지만, 공항 철도의 시설은 상당히 깨끗하고 쾌적했다.
뉴델리 역에서 공항역까지 불과 4개 역밖에 안되지만, 역 사이의 거리가 멀어 30분이 걸렸다.
5시 20분 쯤. 공항 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을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항 내부로 걸어갔다. 공항 내부는 티켓이 없는 사람은 아예 들어갈 수가 없다. 입구에서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경찰(?)들이 들어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한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들어가는 것 뿐만아니라 밖으로 나오는 것 또한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전광판에서 타야할 비행기가 어디서 체크인하는지 확인하고 해당 카운터로 갔다. 이때가 5시 40분.
새벽이라 수속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차례가 되자, 미리 뽑아놓은 예약 확인서와 여권을 내밀었다.
직원이 한참 동안이나 모니터를 바라보더니, 상관으로 보이는 사람을 부른다.
'뭐지? 뭔가 문제가 있나?'
얼마 뒤, 그는 내가 건네준 예약 확인서에 펜으로 '5:30' 이라고 적고는 이미 체크인이 끝났다고 했다.
“뭐라고요?”
내가 재차 물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으로 부터 한 시간 전에 체크인 수속이 끝난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5시 45분.
당황스러웠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일단 티켓을 취소하고, 다른 시간대의 티켓을 예약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티켓 예약은 저쪽입니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잠시후 그가 알려준 ticket counter 로 갔다.
그쪽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티켓은 자동으로 취소(환불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가 되었고, 오늘 출발하는 다른 시간대의 비행편은 모두 매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일 것은 예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즉석해서 내일 비행기편을 예약하려고 하다가, 티켓가격이 8300 루피라는 말을 듣고, 그만 두었다. 8300 루피면, 오늘 가려던 티켓 값의 거의 두배 가격이다. 혹시나 해서 다른 회사 항공기들을 알아봤지만,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델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티켓을 검색해서 예매하는 것으로.
다시 메트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가려는데, 경찰관이 제지하며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뭐지? 여기는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다는 건가?'
Information desk 에 가서 물어본 결과,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예약한 해당 항공사 직원을 대동하고, 입구에 있는 경찰관에게 가서 여권과 함께 인적사항을 적고 싸인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다시 델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티켓을 검색해보니, 이미 알아본 바대로 내일 (5/5) 은 최저가격이 8000 루피가 넘었다. 다행히 모레(5/6)는 5000 루피 대라서 바로 예약했다. 숙소를 이틀 더 연장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묵으려던 네팔의 숙소 예약도 취소했다. 취소 수수료가 발생한다는데, 모르겠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하고, 침대에 누웠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메트로 토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