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새벽 3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다. 근래 들어 가장 먼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사온 부식을 아침으로 먹고 짐을 싸고 있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 컴컴한 새벽 5시 무렵,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실제 부르는 건 아니고 테이프를 틀어놓은 것 같은데, 불경은 아니고, 뭔가 주문을 외는 것 같다. 마치 모두들 잠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는 것처럼. 아무리 토요일 아침이라지만, 스피커에 대고 큰소리로 떠들면 무척 싫어할 것 같다.

6시 반에 숙소를 나와 라이딩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도로는 한산했다. 아침 안개로 깔린 논과 밭 사이로 난 길을 한참동안 달렸다.
요 며칠동안 거의 비슷한 풍경을 보며 달리고 있다. 수확을 끝낸 논과 밭,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소, 염소들.

오후 1시가 되기전에 100km 를 넘었고, 오후 3시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수가 나오는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아침일찍부터 달려서 그런지 다른날 보다 피곤하다. 발목 상태도 전과 별반 다르지 않고.

PS.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무심코 틀어져 있는 TV 를 봤다.
인도판 람보가 방영되고 있었다. 주인공이 적 기지에 침투해서 적을 물리치고, 아군을 구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적은 당연히(?) 파키스탄이다. 대놓고 파키스탄을 적으로 간주한 이런 영화를 주말 저녁에 한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인도에는 발리우드가 있다. 길을 가다가 인도 영화 포스터들을 종종 보는데, 내 눈에는 약간 촌스러워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작은 마을에도 영화관이 있을 정도로 인도 내에서는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23.205 km
누적 거리 : 12991.706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 journey/india/2016/day25.txt
  • Last modified: 16 months ago
  • by like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