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을 하루 연장했다. 3일 동안 열심히 달린 것에 대한 보상, 체력 보강 차원이다.
육체적인 컨디션 못지않게 정신적인 컨디션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여행을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 차, 인도처럼 도로에서 라이딩할 때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나의 페이스를 지키며 가는 것이 우선이다.

늦은 점심을 먹을 겸 식당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일요일이라 도로 위에 대형트럭은 거의 없었지만, 릭샤와 오토바이, 자전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숙소 맞은 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쟁반에 밥과 반찬, 그리고 커리를 곁들여서 먹었다(무려 30루피!). 주인 아주머니는 외국인인 내가 신기했는지, 힌디어로 밥 먹는 내내 뭐라 물어보셨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웃는 것 뿐.

이곳(Alipurduar)은 꽤 규모있는 마을이다. 근처에 기차역도 있고, 도로 양편으로 상가가 꽤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막힌 속을 뚫어줄만한 사이다 같은 슈퍼마켓은 없다.

구와하티에서 구입한 샌드위치 스프레드를 구입하려고 여러군데 상점을 들렀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우유를 살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다.
특히 식료품들의 경우, 구와하티의 슈퍼마켓 가판대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이런 마을에서는 한 개나 두 개 또는 먼지가 뽀얗게 싸인 제품들만 구할 수 있다.

PS. 돌아다니다가 나름 세련된 간판의 빵집(=제과점)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주변의 간판들과는 사뭇달랐다. 간판만큼이나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빵이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에 들어갔다.
일반적인 인도의 제과점은 빵보다는 과자의 종류가 다양하다. 몇 번 먹어봤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달다.
빵의 경우, 페스츄리와 크림이 올려진 케이크류를 팔긴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느끼하다(특히 크림은 생크림이 아닌 그 이전에 먹던 크림이다). 식성이 너무 까다로운 건가?
어쨌든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인도에서는 제과점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왔다.
이 빵집 안에는 기존의 인도 제과점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케이크들이 있었다. 물론 기존 빵집에도 있는 치킨버거나 롤 같은 빵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고급스러웠다. 가격 또한 고급스러웠는데. 맛이나 볼겸하고 하나 사먹어봤는데, 맛이 기막히다. 앉은 자리에서 2개를 더 먹고, 두개는 포장해서 가져왔다.
주인에게 직접 이 빵을 다 만드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기존의 인도 빵집과 다르다고 얘기하니, 그는 이런 곳이 'Modern bakery' 라고 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몇 년 후에는 인도에도 점차 이런 곳들이 많아지려나.

PS2.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숟가락을 챙겼다. 아무래도 손으로 먹는 것이 불편하기에. 준비해간 수저로 점심을 잘 먹고 나왔는데, 한참 뒤에 생각해보니, 식당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 사야하나?' 혹시나 싶어 저녁 때, 그 식당을 다시 방문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챙겨 놓으셨는지 접시와 함께 수저를 가져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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