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바라나시의 Old city 를 벗어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엊그제 큰 길까지의 루트를 미리 가봤던 덕에, 헤매지 않고 한번에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오전 내내 해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린 날씨. 설마했는데, 정오에 가까워 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잠깐 지나가는 비가 아닐까 했지만, 꽤 꾸준히 내린다.
실시간으로 확인한 날씨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비예보는 없다. 역시 기상청의 명성은 세계 공통이다.

'어쨌든 얼마 만에 맞아보는 비인지'

정오를 넘은 시간, 어느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길 양쪽에 시장과 상가가 밀집되어 있고, 길의 폭은 좁아져 차량과 오토바이, 오토릭샤, 자전거 릭샤가 한데 엉켜 체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앞의 가던 버스를 뒤따라 가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나타난 오토바이가 프론트 패니어를 치고, 앞지르기를 했다. 그 바람에 핸들의 중심을 잃은 나는 자전거와 함께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당시 속도가 낮았기에, 그리고 뒤따라오는 차량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땅바닥에 쓰러져있는데, 뒷차들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는지, 한 현지인이 나를 도로에서 끌어내다시피 팔을 잡아 끌었다. 자전거 역시.

그에게 물었다.

“나를 친 오토바이 어디있나?”
“모르겠다.”

순식간에 20~30명의 인도사람들이 나를 둘러쌌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나를 쳤던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서가 어딘가?”
“경찰서에 가봐야 소용이 없을거다. 경찰관에게 이 상황을 얘기한다해도, 2~3일 정도 있다가,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할 것이다. 여기는 인도다(Here is India).”
“그는 나를 치고 도망갔다. 정상적이라면, 나에게 와서 “미안하다. 괜찮냐? 혹시 다쳤다면, 병원에 가자!” 라고 얘기해야 되지 않는가? 만일 내가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을 자전거로 쳐서 넘어뜨리고 도망갔다면, 이게 정상인가?”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경찰서에 가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거다. 혹시 병원에 가야 한다면, 내가 위치를 알려주겠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에워싼 군중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할리는 만무했으므로, 자전거를 끌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 상점 옆에 자전거를 세워놓고는 앉았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여기서도 십여명의 사람들이 동물원의 동물을 보듯 나를 바라봤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자전거을 확인했다. 다행히 상한 곳은 없어보인다. 다리쪽에 약간 멍은 들었지만, 심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일을 겪고나면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좀더 시간이 필요했고, 어찌됬건, 20 여킬로미터 남은 목적지까지는 가야 했다.

Allahabad 를 진입하기전 다리를 건너야 했다. 이곳은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이 만나는 곳으로 Sangam 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곳이었다.

강물이 있어야 할 곳에 물은 보이지 않고, 수많은 색색깔의 텐트와 움막촌이 나타났다. 멀리서 보면, 해수욕장의 해변이나 대규모 캠핑장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하나의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이름모를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는 서서히 그쳤지만, 내린 비로 인해 도로는 흙탕물 투성이로 바뀌었고, 숙소까지 이어졌다.

어젯밤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다. 리셉션에 가서 어제 예약 확인 화면을 보여주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휴대폰 화면을 보고는 “400루피 No” 란다. 이유를 물으니 방이 없단다.

“어제 예약할 당시에는 방이 있어서 예약이 된거 아니오?”
“당신이 예약한 웹사이트는 우리 호텔 웹사이트가 아니다”

내가 예약한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숙소 입구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진, 당신 숙소 사진 아니오?”
“…(못 들은 척을 한다)”

다시 예약 페이지를 보여주며,

“왜 방이 없는지 설명해보시오. 나는 분명히 당신네 웹사이트에서 booking 을 했소”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딴청을 피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는 나왔다.

오늘 여러모로 안풀리는 날이다. 여행 시작이래로 최악의 날인듯 싶다.

다른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했다.

PS. “This is India” 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도는 흔히 우리가 응당 이건 이래야 해 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을 깨뜨린다. 다르다는 것이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관념의 바운더리를 넓혀주는 데는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폭과 괴리가 클 때는 거부감과 불쾌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겪은 일들이 내게는 그랬다.

PS2. 잠들기 전, 문득 오늘 이만하기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몸을 다치거나, 자전거가 망가졌다면, 어딘가에 하소연할 곳도 없고, 고스란히 내가 부담을 해야 하니 말이다.
델리까지가 인도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이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33.073 km
누적 거리 : 14091.697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 journey/india/2016/day42.txt
  • Last modified: 16 months ago
  • by like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