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기차 같은 교통편이 자주 있어서 원하는 시간대에 골라 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도시가 아니거나, 주요 루트에서 비껴있는 지역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교통편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할 정도다.
오늘처럼 버스 출발시간이 밤 11시 반인 경우에는 대개 어쩔 수 없이 숙박을 하루 연장한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는 터미널까지의 거리가 약 6km 정도라, 2시간 정도 텀을 두고 출발했다. 걸어가다보니,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경우의 좋은 점은 깨달았다.

'덥지 않다는 것'

1시간 20분 여를 걸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inquery 사무실에 가서 행선지를 말하고는 타야할 플랫폼을 확인했다.
출발 시간 전까지 터미널을 둘러보다가, 20 분정도를 남겨두고, 직원이 알려준 플랫폼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타야할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잘못 온 건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예약증을 보여주며, 여기서 타는 게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그의 대답 중 알아들 수 있었던 한마디는 'wait'

출발시간으로 적혀있는 11시 30분이 되어도 타야할 버스는 플랫폼에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에게 재차 물었다.

“보다시피 여기 적혀있는 대로 11시 30분에 칸야꾸마리로 출발하는 버스는 어디에 있소?”

그는 귀찮다는 듯이 기다리라는 체스쳐를 했다. 그의 힌디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음으로 몸짓만으로 뜻을 이해해야 했다.
추측하기에 '버스가 지연되기 때문에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였다. 그의 말대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1시간 후, 'Ultra deluxe' 라고 적힌 버스가 플랫폼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눈에 봐도 내가 생각했던 'Ultra deluxe' 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버스가 도착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지난 번 폰티체리에서 마두라이로 타고왔던 버스와는 달리 이 버스는 sleeper 칸이 없다. 대신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있는 구조다.
도착 예정시간이 5시 30분이었는데, 이대로라면, 더 늦을 것이다.

버스가 출발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잠을 청할 때도,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며(그나마 위안은 창쪽 자리였다는 것),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틀었다.
남쪽으로 갈수록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PS. 기차가 지연되었다는 글은 많이 봤지만, 오늘을 계기로 버스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Holi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아마도 북쪽 지방에서 왔을 듯>

<마두라이 버스터미널>

<깐냐꾸마리는 8번 플랫폼에서 탄다>


<Ultra deluxe 버스 내부 모습>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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