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연장 신청을 위해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로부터 6km 가 넘는 거리. 도착하니 대략 9시 반 정도 됐다.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는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경비원들이 카메라와 라이터 또는 메모리카드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터넷에서 본 후기들에 따르면, 연장신청 절차가 무척 간단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신청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분홍색의 파일과 신청 양식문서를 사는 것도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Visa reception 라고 적힌 곳에 갔더니, 뒷 건물로 들어가란다. 들어가서 아무리봐도 신청양식을 찾을 수 없었다. 보통 신청 양식은 무료지만, 여기서는 입구 뒤에 있는 곳에서 별도로 사야 한다. 건물 안에 비자와 여권 페이지를 복사해주는 가게도 있었다.
양식을 작성하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방 번호를 알려준다. 8번으로 가라고.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이 방으로부터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안에는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서 뭔가(아마도 일?)를 하고 있었다. 그는 길게 서있는 사람들과는 관계없이 전화를 걸거나, 갑자기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누거나, 차를 마시거나 했다. 급기하 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시간을 보니 아직 점심시간도 아니다.
'뭐지?'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큰소리가 났을 거다. 하지만 여기는 이란.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기다리는 것 뿐. 그 뒤 그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 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후 1시까지만 운영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1시간 넘게 기다려, 차례가 왔고, 그는 신청 양식을 보더니, 별도의 작은 양식이 적힌 종이를 줬다. 적힌 것은 페르시아어 뿐이었다. 항목에 이름, 여권번호, 국적 등등을 적으라고 구두로 말하고는 작성하고 나면 다시 오라고 했다.
항목이 많아 정확히 모두 기억할 수 없었다. 밖의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항목을 작성하고, 다시 줄을 기다려 그에게 보여줬다. 그는 방 번호 5를 말하며 그곳으로 가라고 했다.
그가 말한 5번에 가니 문이 잠겨있다. '하아…'
얼마 정도 기다리니,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온다. 그에게 양식을 보여주니, 건물 밖의 reception 으로 가란다. 그곳에 가니 아까 전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서 차례가 왔고, 은행이름(Melle bank)을 적어주며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영수증을 받아 다시 오라고.
시간을 보니, 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일 한번 더 와야겠다. 시내로 돌아가는 중에 은행에 들러 비자 연장 수수료를 냈다.
이후 어제 맡긴 소니 서비스 센터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어제 봤던 직원의 첫마디가 '아임 쏘리다'.
'역시…'
예상(?)대로 메인보드를 2개나 교체해야 한단다. 내 카메라모델은 이란에서는 출시가 안되었기 때문에 메인보드를 구하기 위해서는 한달이 넘게 걸릴수도 있다고. 이스파한은 물론 테헤란에서도 아마 비슷할 거라고 했다.
혹시나 수리비용을 물었더니, '400 달러'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돈이면 새로 사는 편이 나을거라고도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포기해야 했다.
'딱 한번 물에 빠뜨렸는데. 그게…'
당분간 DSLR 카메라로 쓰는 수밖에.
한시간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급 피곤함이 몰려왔다.
숙소 방 수리 때문에 방을 바꿔야 한단다. 오후에는 어제 함께 둘러본 중국인 여행자와 함께 그녀가 추천한 아르메니아 성당(Vank cathdral)에 갔다.
'무슬림 국가에 성당이라니.'
가보니, 정말 성당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알던 모습은 아니었다. 외형은 일반 모스크 형태와 비슷하지만, 돔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어 성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교회와 이슬람교의 콜라보라고나 할까.
매 정각마다 성당 시계탑의 종을 울렸다. 들어가보니, 카자흐스탄에서 봤던 러시아 정교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
이곳은 아르메니아인들이 만든 성당으로, 이스파한에는 총 4개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매일 예배를 드린다고하는데, 과연 신도가 몇 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성당 안에는 현재 이란 무슬림의 지도자(이맘)인 두 사람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외에도 박물관, 인쇄소, 도서관 등이 있어 아르메니아인들이 만든 옷과 공예품, 출판물을 볼 수 있었다.
PS. 아르메니아 성당을 갈 때 이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겉보기에는 일반 시내버스와 다름 없었지만, 꽤나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의 좌석이 분리되어 있고 심지어 타고 내리는 문도 달랐다. 칸막이처럼 물리적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앞문으로 승하차를 하며 앞쪽 좌석에 앉고, 여자는 뒷문으로 승하차를 하며 뒷쪽 좌석을 이용했다.
언뜻봐도 정말 불편한 구조였다. 하나의 문으로 승하차를 하다보니, 동시에 할 수 없어 많이 붐볐고, 무엇보다 승객을 많이 태울 수 없었다. 남성칸에는 사람이 많지만, 여성칸에는 거의 없어서 비어있다시피 했다.
또 이곳 사람들은 버스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지, 남성칸와 여성칸 문 쪽에 별도로 카드리더기가 있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현금을 기사에게 주어야 하는데, 여성승객이 기사가 있는 앞쪽 남성 칸으로 와서 줄 수 있을까?'
인도에서 남녀칸이 구분된 지하철을 타본적이 있지만, 버스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PS2. 이란에서는 신용카드(?)가 보편화 되어 있다. 대부분의 상점에 카드 리더기가 있다. 물론 마스터나 비자같은 카드는 안되고 이란에서 발급한 로컬 카드만 된다.
PS3. 숙소에 처음 온 날 먹었던 염소 스프를 먹으러 식당을 다시 찾았다. 마치 우리나라 사골 국물을 먹는 듯한 맛이다. 차이점이라면, 국물이 많지 않고, 난(nan)을 뜯어서 국물에 넣어서 먹는다. 그리고 고기도 따로 떼어서 준다. 듣기로는 이스파한에서 비리아냐와 함께 이 음식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PS4. 숙소 근처에서 산악 캠핑 용품을 파는 상점을 발견했다. 낮익은 코베아 제품도 있었다. 버프나, 이너웨어 등도 있었는데, 구입을 고려해봐야 겠다.
PS5. 점차 날씨가 추워지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는 더더욱 추워질 것이다. 월동 준비를 하긴 해야하는데, 동계용 버프를 사야할까.
<Vank cathd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