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샨(Kashan)까지의 거리는 30km 남짓. 숙소 체크인 시간을 고려해서 최대한 천천히 갔다.
언제부터 달리기 시작했는지 모를 왕복 2차선의 Freeway(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 요즘처럼 도로나 차량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자전거를 타는 날은 드물다.
Freeway 에서 빠져나와 카샨에 들어서니, 차량 정체가 시작되었다. 정오우렵 숙소에 도착하고 둘러보는데, 건물구조와 인테리어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지금껏 이란에서 묵은 숙소 중 가장 비쌌다(15달러).
내가 머물 도미토리 룸도 상당히 특이했는데, 동굴같은 작은 통로를 지나 방이 있었는데, 침대 3개가 거의 붙어있다시피했고, 창문이 없었다.
우연하게도 이곳에서 2명의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피터, 뉴질랜드에서 온 그레이크.
피터는 앞으로 내가 갈, 터키-조지아-아르메니아를 거쳐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그에게 두 나라에 대해 물어보니, 무척 춥고, 당시 눈도 많이 왔었다고 했다. 덕분에 풍경은 멋있었다고. 그는 쉬라즈까지 갔다가, 크리스마스에 맞춰 돌아갈 거라고 했다.
그레이크는 지금껏 100여개 넘는 국가를 여행했을 만큼, 많은 경험을 가진 베테랑 여행자였다. 그는 이란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서아프리카로 간다고 했다. 그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된 몇 가지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
1.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어렵지 않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동쪽 해안 루트(이집드 → 수단 → 에티오피아 → 케냐 등)라면 더더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도로 상태도 꽤 괜찮은 편. 수단을 제외하고 국경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비자를 받을 필요는 없을 것.
2. 치안의 경우, 오히려 대도시가 문제지 외곽으로 나오면 오히려 더 안전하다. 특히 남아메리카의 경우, 도시에 도착할 시간을 잘 조정해야 한다. 야간에 도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될 수 있으면 낯에 도착하도록 하고. 정 위험하다 싶으면, 도시 근처에서는 택시나 트럭을 이용해서 이동할 것.
3.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알래스카에서부터 파타고니아까지 일주하는 자전거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며칠 동안의 부식을 가지고 다닐 것.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오늘은 이란의 국경일이어서 따라서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저녁을 먹기전 그레이크와 함께 숙소 근처를 돌아다녔다. 이란 여행이 길어지면서, 어디선가 본듯한 풍경들을 많이 본다. 이곳 카샨은 야즈드와 흡사하다. 흙벽돌로 지어진 담장과 집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 하는 것으로.
PS. 요즘 고국의 정세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요즘같은 시기에 해외에 나와있다는 게 아쉬움이 든다(2002년 월드컵이후로 처음인 듯). 밤 늦게까지 그동안의 뉴스들을 챙겨 봤다. 국가 망신을 제대로 시켰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수백만 명이 모였음에도 평화적인 집회를 한 국민 의식의 성숙함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7.297 km
누적 거리 : 21256.112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