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우연히 여성 자전거 여행자 A를 만나 루트에 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이란 얘기가 나왔다. 그녀 역시 유럽에 갈 계획이었지만, 이란은 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신 '우즈베키스탄 → 카자흐스탄 → 아제르바이잔 → 조지아' 루트로 갈거라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히잡을 쓰고 자전거를 타야한다는 점과 다른 여행자들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는 얘기(성추행을 당했다는)를 자주 들었다고. 참고로 이란에서는 외국인도 여성은 히잡을 써야 한다. 지금은 초겨울이라 덜하겠지만, 여름철이라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란에서 여성 자전거 여행자는 보지 못했다.

정오 무렵 Qom 이라는 마을을 지날 때였다.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었고 자전거 뒤로 차량 한 대가 붙어서 따라오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신경을 안쓰고 달리고 있었는데, 차량이 더 가까이 붙더니 창문이 열리고, 운전하던 남성이 엉덩이를 만지고는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뭐지?' 했다.

'게이인가? 아니면 자주색 레인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여자로 착각해서 그런건가?'

둘 중 어느 쪽이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게 다른 여행자들이 말하던 성추행이구나. 사실 앞서 대화를 나눴던 A 로 부터 '자전거를 타다가 차량이 붙어 엉덩이를 만지고 달아났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었다.

자전거여행을 하다보니 별의별 경험을 다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남성이 유혹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여성은 히잡을 써야 하고, 버스도 남녀 칸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이란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를 실감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억지로 누르는 게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될 수 밖에 없다. 이건 국가를 초월하고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서 나타난다. 오늘 같은 부작용으로 말이다.

ps. 지금껏 여행한 국가 중에서 남여 칸을 분리해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나라는 딱 2곳, 이란과 인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국가는 성추행 발생이 잦기로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1.965 km
누적 거리 : 21400.957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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