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어디서나 남쪽의 설산을 볼 수 있다. 그 설산너머에 키르키즈스탄이 있다. 이 설산으로 향하는 곳에는 Ile-Alatau 국립공원이 있는데, 이 곳 해발 2500m 부근에 ozero bolshoe almatinskoe(big almaty lake) 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이곳을 갈 계획을 세운 것은 순전히 가이드북을 보고 뽐뿌를 받은 덕이었다. 이곳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다는 점. 구글에서 검색해 나온 사진을 보고 '가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겠어!' 라고 생각할 만큼, 아름다웠다는 점. 숙소에서 왕복 60 여 킬로미터 정도 거리였다는 점 등이다.
이곳은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지역이기 때문에 여권을 제시해야 될 수도 있다는 설명에 따라, 이를 챙기고 나갈 채비를 했다.
뷔페식 조식을 최대한 많이 먹고, 숙소를 출발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알마티의 고도는 900m, 호수가 있는 고도는 2500m. 출발과 동시에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한시간 정도 올랐을 쯤, 국립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에게 입장권을 파는 사람이 보였다. 나또한 입장료를 내려고 기다리는데, 그 사람이 나를 지나쳐 내 뒤의 차량으로 갔다.
자전거는 공짜였던 걸까? 그렇게 입구를 통과해 계속해서 올라갔다.
도로 양쪽에는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멀리 산에는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중간중간 물을 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초반에는 음식점들과, 유르트 모양의 숙소들도 보였다. 도중에 테이블과 화장실도 있었는데, 이런 곳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날씨는 더욱 변덕스러워졌다. 비가 오고(심지어 우박도), 해가 나기를 여러차례.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던 나는 추위를 느꼈다. 게다가 달랑 물 한병만 챙겨왔을 뿐 다른 먹을 것이 없었던 터라 체력이 더 빨리 떨어졌다.
올라가는 내내, '그냥 내려갈까. 내일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을 수차례 했다.
고도 2000m 를 넘어서고, 호수까지의 거리가 5km 정도 남았을 때부터 비는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덥다기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이었다.
출발한지 6시간 만인 오후 3시 무렵 호수 근처에 도착했다. 차량 몇대가 세워져있고, 이곳에서 내린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이서 도로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이 갔던 곳으로 카메라를 들고 걸어갔다. 그곳에는 어젯밤 인터넷으로 봤던 그 호수가 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좀더 가까이 가보기 위해 호수 근처까지 걸어 내려갔다.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서 군복을 입은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카메라 망원렌즈로 보니, 뒤에 2명이 더 걸어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걸어온 사람이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제스쳐를 했다. 내가 자국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 그는 여권을 달라고 했다. 나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도로쪽을 가리켰다. 내가 가져오겠다는 시늉을 하니, 여기 가만히 있으라는 체스쳐를 했다. 그는 '잉글리시, 잉글리시' 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듯 했다. 아마도 영어로 통화가 가능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어깨에는 총을 맨 2명의 군복을 입은 사람이 왔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한 사람이 나무 작대기를 집더니, 흙에 10000 이라는 숫자를 적었다. 나중에 온 사람이 다가와 뭔가 얘기를 했는데, 즉슨 10000 텡게를 달라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안내판도 없고, 가이드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달라는 목적이구나'
나는 지금은 돈이 없고, 호텔에 있다는 제스쳐를 했다. 그는 여권을 보자고 했다. 그들과 함께 자전거 쪽으로 이동했다. 여권을 본 후, 그들은 핸들바백을 열어보라고 하고, 자전거에 달린 공구통을 열어보라고도 했다.
그 때, 저쪽에서 한 남녀가 호수를 보기위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여권을 돌려주며,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제스쳐를 다시 했다.
그렇게 그들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다. 여행한 이후로 처음 겪은 일이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중앙아시아 국경지역이라서 이런 걸까?
돌아오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PS. 이번 여행하면서, 가스 버너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로 연료(부탄가스)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앞으로의 일정에서 자주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솔린 버너를 위해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했다. 주유소에서 취급하는 휘발유에는 90/92/95/98 같이 숫자가 적혀있다. 숫자가 높을 수록 가격이 비싸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높을 수록 연소가 잘되고, 그을음이 없다고 한다. 95 를 1리터 구입했다. 내일 테스트해봐야지.
<ozero bolshoe almatinskoe(big almaty lake)>
<정상에 도착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58.207 km
누적 거리 : 14984.519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