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떠나는 날. 생각 같아서는 더 있고 싶지만, 3일 넘게 씻질 못했더니, 온몸에서 땀 냄새가 베어 나오는 듯 하다. 어젯밤 자기전에 짐을 거의 다 싸놓은 덕에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끌바를 시작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은 낮아지고 바람은 강하게 불었지만, 춥기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장시간 걷다보니, 아랫배가 차가워져 배가 살살 아파왔다. 약간 덥더라도, 바람막이 자켓을 입어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오무렵,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기 전 나름 큰 마을인 kegen 에 도착했다. 구글맵에 따르면, 이곳에 숙소가 있다. 국경까지는 약 30km. 남은 돈은 5000 텡켄 정도. 어차피 이 돈은 넘어가기전에 쓰는 편이 나았다. 숙박비가 가진 돈보다 비싸면 국경을 넘을 생각이었다. 가격을 물으니, 1박에 2500 텡겐.

열리지 않는 창문과 자전거와 패니어를 놓으면 빈 공간이 없을 만한 방 그리고 공용화장실과 욕실인 조건이었지만, 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ok 했다.
비누칠을 했음에도 한참동안 거품이 나지 않는 경험을 실로 오랜만에 했다. 남은 돈으로 저녁때 먹을 부식을 사고, 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남겨 두었다.

과일을 찾아봤지만, 파는 곳이 없었다.

PS. kegen 의 고도는 약 1900m 다. 자면서 춥다는 생각을 근래들어 자주 한다. 여름에서 갑자기 겨울이 된 기분이다.

PS2. 내일 넘어갈 국경은 여름시즌에만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구글지도에서 국경지역을 아무리 확대(zoom in)해 봐도, 아무 것도 나타나는 것이 없다. 하다못해 검문소의 위치조차 나오지 않는다.
'환전소는 있을까? 아니면 가게라도?'
문득 캄보디아에서 태국으로 넘어갈 때가 생각났다. 그 때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국경이 아닌 거의 이용하지 않는 루트였다. 그때처럼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PS3. 키르기스스탄 입국이후, karkara 라는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후 여기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A362 도로, 다른 하나는 이름없는 작은 도로.
참고로 내일 계획은 Karakol 까지 가는 것인데, A362 도로는 우회하지 않고 최단거리로 가는 데 반해, 작은 도로는 우회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거리가 더 늘어난다.
구글지도 상에서 경로 검색을 하면, A362 도로가 아닌 작은 도로로 가는 루트가 나온다. 나 나름대로의 생각은 A362 도로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A362 도로로는 갈 수 없단다(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물어봤는데, 그는 체포되거나, 총을 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PS4. 고도가 올라올수록 날씨가 12번은 넘게 바뀌는 것 같다. 엄청나게 비가 퍼부을 것 같다가도 금새 구름이 거치고 서있으면 땀이 날 만큼 덥다.


<멀리보이는 설산 너머에 키르기스스탄이 있다>




<흔한 버스정류장>

<음식을 주문할 때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3.82 km
누적 거리 : 15258.292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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