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알마티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주행연습이나 현금인출을 위해 가보긴 했지만, 지나가면서 흠짓 보기만 했을 뿐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지금 숙소가 전에 있던 곳보다 시내 중심가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이라, 과연 자전거 없이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스 정류장(종점)이 있었고, 검색한 결과 여기서 출발하는 126번 버스가 시내 중심가까지 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주인에게 버스 요금을 물어보니, 80 텡게란다. 숙소를 나와 오전 10시 경에 버스를 탔는데, 시내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 걸려 도착했다. 거리 상으로만 보자면 10km 남짓. 평일 오전 시간대 임에도 알마티 시내의 교통 체증은 상상이상이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들을 위주로 가까운 곳부터 갔다.
- central mosque
인도에서 모스크를 여럿 봐왔지만, 이것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좀더 화려하다고 해야 하나.
참고로 인도의 것들은 수수했다.
황금색의 돔과 흰색의 대리석으로 1999년에 지어진 이곳은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다.
참고로 사원에 남자의 경우 반바지 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여자의 경우는 머리와 팔, 다리를 가려야 한다.
무슬림 신자들을 따라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 중 기도실(?)로 보이는 곳에 함께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사제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신도들은 그 주변에 앉았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앉았다.
사제는 뭔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고, 신자들은 손을 무릎에 대고 눈을 감거나, 천장을 응시했다. 나는 무슬림의 종교의식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신자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사제의 주문이 계속 이어지는 도중, 두 손을 모아 자신의 가슴 앞에 두었다.
얼마 뒤, 사제의 주문이 끝나자, 신도들은 모은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리고는 마치 세수를 하듯 얼굴을 감쌌다.
'아.. 이게 무슬림의 의식 인가?'
- green market
알마티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이곳을 찾았다. 이름처럼 외부 건물이 초록색이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처럼, 여러가지 것들을 판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먹을 것들이다. 반찬, 채소, 과일, 고기, 생선류(날 것이 아닌 말린 것들) 등.
이외에도 한국 식료품들을 별도로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김치를 파는 곳도 있었다).
- panfilov park
알마티에 부러운 점 중 하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공원들이 있다는 것. 그 중 이곳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공원 안에는 여러가지 건축물들이 있다. 먼저 1900 년대 초에 처음 세워졌던 zenkov cathedral(대성당). 현재 있는 것은 1995년에 복원한 것이다. 앞서 갔던 모스크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봐온 성당(인도에서는 포르투갈과 벨기에에서 건축한 대성당들) 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무래도 그곳은 서유럽 카톨릭 교회의 영향을 받았고, 이곳은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천이 아닌 관계로 정확한 차이점은 모르겠지만, 성당 내부의 모습은 인도의 그것보다, 조금 어두운 분위기다. 벽에 그려진 그림, 장식물들
하지만, 내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건물 밖의 외양은 모스크가 그러했듯이 화려했다.
이어 들른 곳은 war memorial. 1941년 독일 나치 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28명의 군인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각 군인들의 비석마다 꽃다발이 놓여져 있고, 중앙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Central (gorky) park
알마티 동쪽에 위치한 공원. 규모로서는 가장 크다. 일반 공원이라고 하기 보다는 놀이공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대관람차를 비롯한 여러가지 놀이기구들, 동물원, 그리고 호수에서는 탈 수 있는 보트들이 보였다. 평일 이었음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구경을 마치고, 처음 내렸던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에는 탔던 버스 번호가 적혀있었다.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1시간 반 여를 버스에서 보낸 후에야 숙소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닿을 수 있었다.
PS. 분명 한낮의 날씨는 더운데, 이상하게 발 뒤꿈치가 트고 입술이 튼다. 기온과 상관없이 건조한 탓이다. 인도의 날씨와는 확연히 다르다.
<126번 버스. 알마티 시내까지 운행한다>
<버스정류장 상단에 탈 수 있는 버스 번호가 붙어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운행시간과 간격이 적혀있는 듯>
<central mosque>
<멀리 아이보리 색의 건물이 green market 이다>
<동상의 이목구비가 아시아인과 닮았다>
<zenkov cathedral. 정교회 건물은 처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