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보통 숙소에는 가드라고 해서 보안을 위해 출입문 근처에서 자는 사람이 있는데. 이 숙소는 사람 없이 나무 막대기로 출입문을 막아 놓았다.
오늘도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나 5시경 에 출발했다. Gps 로그 상으로는 국경까지 완만한 내리막이라고 나왔지만 역시나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예상은 기우였다. 애증의 나라 에티오피아를 떠난다니 지난 3주넘는 시간이 오버랩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제 슈퍼마켓에서 나눈 대화.
마지막이라고 아쉬울까봐 오늘 만난 사람들 역시 지난 3주간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돌을 던지는 아이. 어디가냐고 묻는 사람. 괜시리 도로 가운데서 나의 라이딩을 가로막는 사람 등등.
나중에 떠올리면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데 글쎄 에티오피아는….
모얄레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쪽 모두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 지명이다. 에티오피아쪽이 훨씬 큰 도시였다. 남은 에티오피아 돈이 480 비르. 애매한 크기의 돈이다. 먹을 걸 사기에는 너무 크고 환전하기에는 작은.
일단 에티오피아쪽 국경 근처에 은행에 가서 비르를 케냐돈으로 환전이 가능한지 물었다.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원래 보통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되지 않나?
달러를 비르 또는 유로를 비르로만 환전 가능하단다. 그럼 어디서 할수 있냐고 물으니 케냐쪽 국경 앞에 블랙마켓에서 가능하다고.
애매하긴 했지만 결국 환전을 하기로 했다. 일단 에티오피아 국경 건물에 가서 출국심사를 받았다. 새로 지어진 큰 건물인데 출국하는 사람이 없는지 한산했다. 보통 출국도장을 찍고 세관 에서 짐 검사를 하는데 이것없이 출국도장을 찍고 끝.
이제 케냐쪽 국경건물로 갈 차례.
건물이 도착하자마자 몇 명의 사람들이 돈 뭉치를 들고 다가왔다. 바로 환전상들. 국경을 넘어 케냐로 가면 환전이 어렵기 때문에 좋지 않은 환율임에도 환전
을 했다.
1비르에 25 실링. 480 비르를 1200 실링으로 바꿨다. 앞으로는 돈을 많이 환전하지 말아야 겠다. 수단때는 딱 맞게 환전했는데.
케냐쪽 국경 건물도 새로 지은 큰 건물이다. 직원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 사무실이 많았다. 일단 국경비자를 신청하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입국 카드도.
아마 비자 신청이 간단한 걸로 치자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물론 입국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긴했지만. 50달러를 내고 3개월 비자를 받았다. 이쪽에서도 세관 검사는 없었다. 그렇게 국경을 빠져나갔다. 글쎄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진행방향이 반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적응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달러를 환전하려고 했더니 은행이 쉰단다. 오늘은 토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 난감했다. 일단 숙소를 잡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물어물어 찾아간 블랙마켓이서는 1달러에 95 실링을 불렀다. 인터넷에서본 오피셜은 100 실링인데. 급한대로 통장에 있는 남은 돈을 atm으로 뽑았다.
6000 실링
이정도면 숙소를 잡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숙소를 잡고 근처 시장에 장을 보러갔다. 물가도 알아볼겸.
이티오피아에 비해 바나나는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하고 토마토는 더 비쌌다. 물은 더 저렴하고. 내가 즐겨먹던 인스턴드 라면을 찾으러 다녔지만 볼수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찾던 우유를 찾았다. 500ml 에 50 실링.
숙소를 이틀 예약했기 때문에 내일 더 알아봐야 겠다.
Ps. 자정이 넘자 전기가 나갔다.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왔고 이후로도 잠깐씩 들어왔다 나갔다. 아직까지는 케냐에 들어왔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18.666 km
누적 거리 : 45171.487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