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자전거 샵에 영업시간에 맞춰 숙소를 출발했다. 어제 미리 가봤던 미니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지 얼마되지 않아 승합차가 왔다. 나이로비로 갈 줄 알았던 이 버스는 Kitengla 라는 곳까지만 운행을 했다. 운전기사가 여기서 나비로비까지 가는 버스까지 데려다줬다. 처음 탄 버스에서 200 실링을 냈었는데, 기사가 얼마 간의 돈을 버스 차장에게 줬다. 나는 추가요금을 내지않고 버스에 탔다.
나이로비에 가까워질수록 교통 체증에 거의 서다시피했다. 거리는 30여 킬로미터지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종점인 나이로비 기차역에 내려 첫번째 자전거 샵(Wheels of Africa)으로 향했다.
구글맵에 나온 위치에 가보니, 가게는 없고 주택이 있었다.
두번째로 간 가게(Elite Bike shop & service). 간판이 없어 밖에 세워둔 자전거들이 없었다면, 지나쳤을 뻔했다. 이곳은 중고자전거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림이 있냐고 물으니, 딱 봐도 고물상에서나 볼 만한 물건을 보여줬다.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2000 실링이었다.
세번째로 간 pro bikes. 이곳은 Yaya centre 라는 대형쇼핑몰 안에 있었다. 들어가기전에 소지품과 몸 수색을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외국인들이 꽤 많았고,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입점해있었다. 이곳 역시 중고 자전거에서 쓰던 림 2개를 보여줬다. 직원은 새것인데 운반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그렇다고 했지만, 한눈에 딱 봐도 중고다. 전 가계의 것보다는 상태가 양호했지만, 가격은 2800 실링.
네번째로 간 Green cycle shop. 이곳은 나이로비에 등록된 자전거 샵 중에 가장 리뷰가 많고 평점도 괜찮은 곳이라 기대를 했었다. 이곳역시 중고 자전거만을 취급했고, 중고 림 한개가 있었다. 나는 림만 필요할뿐 스포크와 허브는 필요없었지만, 림만 따로 팔지는 않는다고 했다. 모두 합쳐 3000 실링. 가격은 나쁘지 않았는데, 링 옆에 크게 생긴 흠집이 선뜻 구입을 망설이게 했다.
“이곳을 포함해서 근처의 여러군데 자전거 샵을 갔었는데, 모두 중고 림만 있었다. 왜 그런가?”
“새것의 경우 가격이 높기 때문에 수요가 없기 때문이야”
이곳에서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자전거를 탄 라이더를 만났다. 타이어가 슈발베였다.
“슈발베 타이어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나요?”
그는 타이어를 따로 구입한게 아니라 자전거를 전체로 구입했고 마침 타이어가 이것이라고 했다.
그는 슈발베라는 브랜드를 몰랐다.
“이 타이어 정말 좋아요. 나도 사용하는데 아주 만족스럽죠”
“그래요. 어디서 만든 건가요? 일본?”
“아뇨 독일이요”
그의 소개로 그가 자전거를 샀다는 Lavington mall 안의 샵을 찾았다. 이곳 역시 들어가기전 검문 검색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새 림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은 2900 실링. 그런데 한눈에 봐도 허술해보이는 마감과 이음새. 어디서 만들었는지 모델명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주인에게 어디서 만든거냐고 물으니, 모르겠다고 했다. 새것이긴 했지만, 오히려 전에 봤었던 중고 림이 더 나아보였다.
가게를 나와 고민에 빠졌다. 어떤 걸 사야할까.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 살 수는 없고. 결국 세번째 샵에서 봤던 림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고품을 새것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살 수 밖에 없다니.
구입하고 나서 보니 오후 2시. 숙소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처음 내렸던 기차역에서 Kitengela 로 가는 버스를 탔다. 교통 체증이 없었지만, 처음 올때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정류장마다 한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려고 장시간을 대놓고 기다리기 때문이다.
5시 반 경에 Kajiado 에 도착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곤이 몰려왔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ps. 이곳 버스는 평일과 휴일, 그리고 시간대 별로 요금이 다르다. 평일 오전 10시까지는 60 실링,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80실링, 그리고 오후 3시 이후로는 100 실링. 휴일은 100 실링부터 시작해서 150 실링까지 한다.
ps2. 어제 사온 림으로 교체할까 하다가, 지금 사용하는 림을 끝까지 사용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겁더라도 항상 여분의 림을 가지고 다녀야 겠다.
ps3. 수도답게 나이로비는 높은 현대식 건물이 많았다. 크고 작은 산 언덕들과 일반 주택과 아파트. 이따금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정도의 공간(이마저도 쓰레기나 이물질들이 쌓여있는) 그리고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지만, 실제 이곳을 이용하는 자전거 라이더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신호등이 동작하지 않아 보행자들은 차들을 피해 건널목을 건너야 했다. 엄청난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 오르막에서. 수도라는 점 말고 이곳에 올만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