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밤에 비가 오더니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렸다. 종종 비도 흩뿌리고.
말리려고 걸어둔 수건과 옷들은 오히려 가방에 넣어둔 것만 못하게 됐다.
체크 아웃 시간을 기준(정오)으로 시끌벅적했던 야영장이 어느새 조용해졌다. 나를 제외하고 텐트 2동만 남았다.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나 휴양림 주변을 거닐었다. 휴양림을 포함한 야영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동물 중에 하나가 다람쥐다(사실은 고양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과연 어떤 환경에서 고양이가 살 수 없는지 궁금할 정도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덕유산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아쉬운 점은 너무 빨라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
아쉬운 대로, 운좋게 나무 위에 있는 청설모를 찍을 수 있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야영장에서(휴양림 한가운데 있는) 바람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 번에 샀던 책(정의란 무엇인가)도 좀 읽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야영장에는 나 혼자 남았다. 비라도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타프가 없는 관계로 비가 오면 맞으면서 조리를 해야 한다. 텐트 안에서는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일 지리산 휴양림으로 가야하는데.
기상청 홈피에 가봤더니, 현재 비가 오고 있는데도 여기(무주군 무주읍)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나와있다(역시 기상청!)
내일 날씨도 비는 안온다고 나왔지만, 아침에 일어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PS.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는데, 특히 밥을 먹으로 식당에 들어가거나 휴양림에 입장하려고 잠시 정차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1. 이거 얼마에요?
2. 어디서 왔어요?
3. 바퀴 쪼그만 데, 힘들지 않아요?
등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고민을 좀 했었는데(특히 1번 질문), 자주 겪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됐다.
특히 자전거에 대해서 좀 아시는 분들은 그외에도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물어본다.
PS2.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윗쪽 데크를 쓰시던 아주머니께서 먹으라며 사과 3개를 주셨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과일인지… 집에서 부모님이 사오시는 과일만 먹다가 직접 사먹게 되면서 아무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PS3. 야영장에 잣나무들이 많았는데, 가끔가다 '툭' 하는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잣나무에서 잣 열매가 떨어지는 소린데, 내가 묵었던 이틀 내내 바람이 많이 분 탓에 여기저기서 떨어진 열매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것을 봉지에 담아 주워가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