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대로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두번째 만나는 비다. 첫번째는 오서산이었고.
다행히 집중 호우성으로 오지 않아 비가 텐트 안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시간 비가 오면서 텐트 양쪽 모서리부터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기를 고대하며, 주기적으로 기상청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했다. 아침을 해먹으려고 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어제 사온 곡물과자로 때웠다.
타프 생각이 간절했다.
기상청 홈피에서는 오후들어 그칠 것이라고 했지만, 산중이라 그런지 하루종일 안개 속에 이슬비가 내렸다.
덕분(?)에 종일 텐트 에서 한동안 사놓고 못 읽었던 책(정의란 무엇인가)을 완독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부터, 산책할 겸 휴양림 주변을 돌아봤다. 날씨가 좋았다면, 멀리 천관산 자락이 보일텐데 안개에 가려 바로 앞 봉우리도 희미하게 보였다.
종일 밥을 못 먹었기에 저녁에는 어떻게든 먹을 요량으로 비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나무 밑에다가 테이블과 버너를 옮겼다.
비를 맞으면서 먹는 저녁이 배가 고파서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설겆이를 끝내놓고 커피 한잔을 타서 휴양림 매표소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관리 직원분을 만나 내일 날씨와 목적지(낙안민속 휴양림)까지 가는 경로에 대해 정보를 나눴다. 또한 겨울에는 대부분의 휴양림에서 야영장을 폐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다가 커피를 한잔(또!)을 얻어먹게 되었고,
내가 “이런 데서 일하시면 좋겠어요?” 라고 물어 시작된 대화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말 좋은(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어보였다.
사는 모습은 달라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