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사장님의 사정으로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 거리 상으로 봤을 때 오늘 오후에는 서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목적지는 난지 캠핑장이다.

중간 경유지인 오두산 통일 전망대로 가는 길에 경순왕릉이 있어 들렀다. 원래는 민통선 구역인데 문화재 관람을 위해 개방했다고 한다.

경순왕릉은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것으로 신라시대의 왕릉 중에서는 유일하게 경주이외의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경순왕릉, 이런 곳에서 신라의 왕릉을 만나게될 줄이야>

이유인 즉슨, 경순왕이 죽고 고향인 경주로 옮겨가려 했으나 신라를 고려에게 바친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경주 지역의 민심이 좋지 않았고 당시 고려 정부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아서 지금의 임진강 유역에 뭍혔다고 한다.

어느 시대가 됐든 그 시대 마지막 왕의 일대기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 다다라서 자전거 통행 금지 푯말이 있어, 또 안되는 가보다 싶었다.
돌아나오다 보니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통일 전망대에 가볼 수 있게 되었다.

<북한에서 출간된 전자 및 컴퓨터관련 서적>

<북한 화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주택>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전망대에서 카메라 줌렌즈를 최대한으로 줌 인 시키면 북한에 있는 건물들이 보일 정도였다.

그쪽에서는 남한 쪽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 일단 지도상으로보면 자유로가 임진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오가는 많은 차량을 볼 것 같다.

한강에 근접할 수록,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오후 5시쯤 한강 자전거도로에 진입했다.
정확히 95일 만에 달려보는 한강이다. 처음 여행을 출발했을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주말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지 캠핑장에 전화를 했다.

운좋게도, 자리가 하나 남아 있다고 했다.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졌을 무렵 캠핑장에 도착했다. 먼저 텐트를 치고 저녁거리를 사러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원래는 마지막 만찬겸(?) 고기를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100 그램에 3600 원이 붙어있는 걸 보고 단념했다. 어제 백학면에 있는 마트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100 그램에 2200 원이었는데, 하루 사이에 50 퍼센트가 오르다니 이해가 안된다(서울이라 그런건가?).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빵을 사먹기로 했다.

강바람 때문인지 유난히도 캠핑장이 춥게 느껴졌다.

처음 여기서 캠핑했을 때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주변의 경치도 많이 달라졌다.

나는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

사실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나름대로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가지게 된 것.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790-6

도착지 : [E]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 495-81

거리 : 94 km

시간 : 7시간 33분 36초 (2011-12-02 16:11:02 ~ 2011-12-03 18:39:09)

평균 속도 : 12.43 km/h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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