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행 시작 전날이면 겪게 되는 징크스라고 해야 할까?
6시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그전에 눈이 떠졌다.
먼저 엔진오일을 교체했다. 그리고 짐을 하나씩 배달통에 넣었다. 다행이게도 모든 짐을 다 넣었을 때, 빈 공간이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아침을 먹고 9시 40분 경에 출발했다. 괴산을 빠져나가기 전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었다. 이번에 산 기름통에도 넣었다. 가득 넣으니 3리터가 넘게 들어갔다. 하지만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됐다. 기름이 흘러넘쳐 배달통 안에 석유냄새가 진동한 것이다. 다음에는 조금 모자르게 넣어야 겠다 .
첫번째 목적지는 모교인 호서대. 약 90km 거리다. 천안에 가까워지면서 도로 위의 차량은 늘어나고 정체가 시작되었다. 너무 많이 바뀌어서 네비게이션 앱이 없었다면 찾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히치하이킹 장소였던 호서웨딩홀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자리 그대로였고,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후 학교로 이어지는 왕복 1차선 도로 옆으로는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학교에 가까워지자 머릿속에 생각날 만한 곳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입학해서 자취한 곳은 그대로 있었고, 애용하던 식당 몇몇 역시 예전 그대로의 간판을 달고 있었다.
'시골식당, 모이세'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 양편으로 새로 생긴 가게들이 이어졌다. 학교 출입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너무나 쉽게 가능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배달오토바이로 알아서 그런지 차단막을 알아서 열어주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벤동(벤처동아리동).
놀랍게도 그자리에 예전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올라오면 보이는 건물에 붙어있던 슬로건도 그대로였고.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 했다. 혹시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했지만, 카드키로 잠겨있었고 유리문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사용을 안하는 듯,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으로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그 다음으로는 학부 건물. 내부 인테리어가 바뀌어 처음에는 내가 알던 학부 건물이 맞나 싶었다. 교수 연구실 이름을 찾아봤다. 낯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임xx, 김xx, 오xx 등등'
새로운 이름들이 훨씬 더 많았다.
다음은 동아리동. 이곳 역시 벤동처럼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뜻은 학교에서 그닥 유지보수를 안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는데, 머릿 속에 있던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 마치 20여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했다. 당시 동아리방(가장 꼭대기 층의 가장 마지막 방, 잊을 수 없다) 앞에 가봤다.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옛날 생각이 났다.
마지막으로 기숙사동에 갔다. 밥이 맛있던 곳.
내려오면서 학교 후문 쪽으로 돌아나왔다. 등하교 하던 동선이 그려졌다.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면 반가우면서도 너무 많이 변해서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차라리 기억 속으로만 간직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점심을 먹고 예약한 야영장이 있는 성주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50여 킬로미터를 남겨두었을 때, 연료 게이지가 바닥이어서 기름통의 기름으로 보충했다. 오후 3시 경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텐트를 치는 동안 모기가 너무 많아 놀랬다. 모기약을 챙겨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부식을 사러 마을 읍내로 나갔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어서 들렀는데, 또 한번 놀랐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앞으로 될 수 있으면 하나로마트에서는 사지 않는 걸로.
뭘 사야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계란 10개를 사서 나왔다. 여행하는 동안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삶은 계랸을 먹어야 겠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큰 캠핑장에 온 사람은 나 혼자였다. 모기는 많았지만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은 만족스러웠다.
<5시 30분 기상>
<자동 에어펌프. 아직 한번도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합성유 엔진오일. 1000km 주행마다 교체한다>
<곡물과자와 휘발유통을 가장 먼저 실었다>
<출발하기 전>
<호서대 벤동 앞에서. 20년전 모습 그대로다>
<3가지 문구 잊을 수 없다>
<동아리동 복도>
<당시 리로(lilo)가 있었던 동아리방>
<동아리동에서 바라본 운동장>
<그때를 생각나게 했던 녹슨 계단>
<유일하게 기억하고있던 간판 '벨마트'>
<입학해서 처음 자취한 곳>
<휘발유를 보충할 때>
<보령군 성주면 마을>
[로그 정보]
거리 : 189.31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