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때만 해도 비가 안 오더니,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바로 기상청사이트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오전 9시를 기해 제주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영향이라고.

아침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서 만난 직원에게서 '오늘 야영객들은 모두 철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가 많이 올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라산 등산코스 역시 부분적으로 통제가 되었단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당장 내일 배를 타야하는데.
9시가 되자마자 해운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해운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내가 탈 배를 제외하고 모두 출항취소가 되어있었다. 이것도 취소가 되려나? 이미 순천숙소도 예약한 상태인데.

태풍이 차즘 북상하는 중이라 오늘보다는 내일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다. 결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순천 숙소를 취소했다. 하루 전이라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짙은 안개와 비는 심해졌다.

일단 모든 짐을 지붕이 있는 취사장으로 옮겼다. 비에 젖은 채였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시내에 예약한 숙소는 체크인이 오후 3시라 오후 2시까지 야영장에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디를 갈만한 곳이 없었기에.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들이 그 어느때 보다도 적었다. 오늘 같은 날씨의 좋은 점을 굳이 찾자면 도로의 차량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시내로 내려올수록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숙소 체크인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다이소에 들렀다. 배달통에 금간 부분을 붙일 테이프, 비로부터 휴대폰을 막아줄 지퍼백, 모기향을 피울 때 사용할 라이터를 샀다. 돌아오면서 멸균우유 한통을 샀다.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보관기간이 더 길다.
산속 야영장에 있다가 시내에 내려오니 사람도, 차량도, 건물도 많고 정신이 없다.

ps. 오후에도 해운사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 5시 경 카톡이 왔다. 내일 아침 승선 안내메세지였다. 내일 출발하는 건가. 일단 내일 아침 4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잤다.
ps2. 배달통의 상태가 갈수록 좋지않다. 한쪽 모서리부분이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점점 커지고 있다.

<취사장에 모든 짐을 옮겼다>

<숙소에 오자마자 젖은 물건들을 말려야 했다>

<다이소에서 산 물건들>

[로그 정보]

거리 : 14.12 km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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