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일까? 자리가 불편해서 일까? 자꾸만 자다가 깬다. 어젯밤에도 손난로를 손에 쥐고 잤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지리산보다는 덜 추웠던 것 같다. 금요일에서 주말로 넘어가는 날이라 한 두자리를 빼놓고는 모든 데크에 텐트가 쳐졌다.

늦게자도 오전 6시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괴산으로 돌아가는 날. 해야할 일들이 많아서 서둘러 체크아웃을 했다. 지리산 못지않게 이곳 덕유산 근처의 도로도 8자도로와 주변에 나무가 빼곡한 산들만 보인다.
거리는 130 여 킬로미터. 무주에서 영동으로 넘어오는 길의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오후 1시 무렵 괴산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주말 농장으로 향했다. 3주 넘게 방치되어 있던 상태라 궁금했다. 가보니 생각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보였다. 제대로 서있는 옥수수가 없었고 대부분 엎어져 있었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이 몇 차례 다녀간 듯 하다.

별로 건질게 없어보였다. 일단 가져온 봉투에 옥수수를 따서 담았다. 20리터 봉투 2개 정도가 나왔다. 이로서 올해 농사는 모두 끝났다. 확실히 같은 밭에 이모작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거름이나 비료를 뿌려줘야 한다. 아무 것도 안주고 하다보니 옥수수 대가 굵지 않고 하나같이 가늘었다. 옥수수알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숙소에 가져와 박스에 담아보니 딱 2박스가 나온다. 주말이니 월요일에나 택배로 보내야겠다. 남은 부식으로 저녁을 먹고 사진 데이터 파일을 백업했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그동안 수기로 쓴 여행기를 위키에 옮기고 앞으로의 일정을 정해야 겠다.

ps. 이곳도 그동안 날씨가 변했다. 밤이면 창문 방충망에 가득 달라붙던 곤충들도 잠잠해지고 문을 활짝 열어놓기가 쌀쌀한 날씨가 되었다. 이쯤되니, 여행을 더 일찍 시작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줄기가 말라있고,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로그 정보]

거리 : 162.96 km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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