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 내려오던 날부터 지금까지 묵고 있는 제월초등학교는 올해 12월 헐린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만든다고 한다. 학교가 폐교된지는 거의 30년이 다 되었지만, 명절이나 주말에 이따금 이 학교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보고는 했다. 이 건물이 사라지면, 그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오전에 먹거리연대에 새로 들어왔다는 사람이 왔다.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서 이곳에 머물 생각인 듯 했다. 하지만, 방과 화장실을 보여주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른 곳에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이런 비슷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5년 동안 길바닥 생활을 한 나에게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며칠을 지내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곤 했다.

아무튼 이곳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나야 어차피 10월 말이면 짐을 뺄 테지만, 학교 건물이 전체로 헐린다는 소식은 매우 안타깝다. 그래도 추억이 서린 곳인데.
나중에라도 지나가다가 와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어렸을 적 뛰어놀았던 홍파동 골목에 이어 이곳 역시 내 마음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떠나기 전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놔야겠다.

내일 상장을 받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오후에 다시 여행을 재개한다. 야영할 곳과 이후 일정들에 대해서도 예약을 해놓았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추위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두꺼운 옷을 가져갈 생각이다.

ps. 어제는 엔진오일을 갈았고, 오늘은 타이어 공기압을 넣고, 체인 장력을 확인했다. 1~2cm 유격정도면 괜찮다고 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더 만지지는 않았다. 내일 출발할 때는 장력 조절에 필요한 공구를 챙겨야 겠다.
ps2. 날씨 탓인지, 피부가 건조해져서 코밑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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