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반 무렵 출발 준비를 끝내고 숙소를 나서려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분명 일기예보에 비는 오후에 온다고 했건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는 걸로. 먼저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우비를 꺼내 입었다. 휴대폰은 비닐 지퍼백에 넣어 감쌌다.
비가 오는 와중이라 평소처럼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다. 진도 팽목항까지는 70여 킬로미터 거리.
다행히 조금씩 빗방울이 잦아들었고 진도에 들어서자 구름사이로 해가 나왔다. 약간 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도착한 진도항은 한산했다. 임시 여객선 터미널 입구에 태풍으로 인해 모든 배편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스케줄을 보니 7일 오후에나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 같다. 옆에는 세월호 추모공간이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방치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태풍의 간접영향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오토바이 중심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진도를 돌아나오다가 충무공 벽파진천첩비를 보기위해 벽파항에 들렀다. 진도대교를 건널때도 볼 수 있지만, 이순신 장군과 진도는 관련이 깊다.
이후 향한 곳은 땅끝마을. 지금껏 이곳에 여러번 왔었는데 마지막으로 온 게 약 10년 전이다. 그때에 비해 뭔가 많이 생기고 세워진 것 같다. 이곳 역시 태풍의 영향으로 썰렁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내일 날씨를 확인했다. 내일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화요일 오전까지 이어질 거라는 예보였다. 최소 이틀 간은 종일 비인 것이다.
땅끝 근처에 캠핑장이 있었지만(1박에 15,000원) 강한 바람 그리고 비를 예상한다면 오늘은 야영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일 아침에는 숙소로 옮겨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토바이를 도로 옆 갓길에 세워두고 몸이 휘청할 정도의 바람을 맞으며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제 묵었던 목포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틀을 예약했다.
화요일 늦은 오전부터 날씨가 개인다고 하니 그때는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목포까지는 80여 킬로미터, 오늘 달린거리만 250여 킬로미터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주유를 했다.
목포에 들어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숙소에 체크인하자 빗줄기는 굵어졌다. 타이밍이 아슬아슬했다. 이따가 잘 때 전기장판을 켜놓고 허리찜질 좀 해야 겠다.
ps. 해운사에 연락이 안된다. 주말이라서 그런건가? 내일 다시 해봐야겠다.
ps2. 숙소에 가면 왠만한 것들은 비치되어 있어서 미리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 세면도구, 로션, 심지어 커피까지. 물론 숙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용할 수록 비품을 담는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진도 팽목항에서 바라본 바다>
<세월호 조형물들. 전시라기보다는 방치되어 있었다>
<문이 잠겨있고, 쪽지가 붙어있다>
<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 올라가는 길>
<내려다본 벽파항>
<태풍으로 인해 많은 배들이 육지로 올라와있다>
<배마다 이름이 적혀있다>
<땅끝탑>
[로그 정보]
거리 : 273.13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