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영장에 왔을 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새벽에 굵은 빗소리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 비는 아침 내내 이어졌고, 이 와중에 아침식사를 해먹는 건 어렵다고 판단.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화장실 옆에 지붕이 있는 공간이 있어, 이곳에 짐을 하나씩 옮기고서 정리를 했다. 이후 오토바이를 가져와서 실었다. 어제로서 연휴가 끝난 터라 야영장에 나를 제외한 한 팀만 있었다. 기다려도 빗줄기가 가늘어 질 것 같지 않아보여 우비를 입고 출발했다. 판초형 우비의 한계를 절감한 하루였다.
상의는 그나마 커버가 되는데 하의는 속수무책으로 얼마지나지 않아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상의도 젖기 시작하고 추위를 느꼈다.
양양을 지나 속초에서 엔진오일을 교체했다. 체인 장력도 체크했다.
어째 비가 점점 많이 오는 것 같다. 계획대로라면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갔다가 인제에 있는 야영장에 가야한다. 이런 날씨라면 야영은 어렵다. 텐트도 안 마른데다가 옷도 그렇고, 무엇보다 뜨거운 전기장판에 몸을 지지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속초의 숙소를 검색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1박에 25000원 하는 곳들이 있었다.
결국 오늘 가려던 야영장은 환불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하고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다.
이때 시간이 1시경. 숙소 체크인이 3시 부터니 제진 검문소까지 갔다오면 되겠다. 참고로 이륜차는 통일전망대까지 갈 수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따라서 오토바이로 갈 수 있는 최대한이 제진검문소다. 빗속을 달려 도착해서 인증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숙소에서 입고 있는 모든 옷과 텐트를 말렸다. 전기장판이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다.
ps. 글을 쓰고 있는 저녁 8시까지도 비가 오고 있다. 내일도 비예보다. 여행이래로 가장 많은 비를 맞은 하루였다.
ps2. 동해바다를 볼 수 있기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7번 국도. 하지만 오늘 달린 7번 국도는 비바람으로 인한 높은 파도와 흐린 날씨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비 때문에 어디서 사진을 찍기도 애매하고. 생각해보니 어제 대관령 야영장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 이 역시 비 때문이다.
ps3. 내일부터는 휴전선 근처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몇몇 장소들은 미리 사전에 방문신청을 해야 하는데, 승용차만 가능할 뿐 오토바이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되는 정책이다.
[로그 정보]
거리 : 179.3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