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비소식은 없었지만, 부슬비가 꾸준히 체크아웃 할때까지 내렸다. 지난번 대관령 때처럼은 아니지만, 플라이가 완전히 젖었고, 채 말리지 못한채 집어넣어야 했다. 목적지인 연천에는 비예보가 없다.
김화읍을 거쳐 철원까지 가는 루트. 이상하게도 지도 앱에서 이 구간지정이 잘 안됐는데, 직접 달려보니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바로 민통선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이다. 5번 국도를 타고가다가 김화읍으로 가는 43번 국도로 이어진 곳에 갑자기 검문소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통과가 안되는 줄 알았다. 검문소 군인에게 물으니 가능하다면서, 대신 중간에 내려서는 안되고 사진촬영도 안되고, 15분 내에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묻고는 코팅된 종이 쪽지를 줬다. 나갈 때 있는 검문소에 반납해야 한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십 여년 전에 자전거로 이 구간을 통과했을 때도 지금과 동일했다. 검문소를 지나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니 양쪽에 군부대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철원에 들어서서는 '고석정' 으로 향했다. 요즘 한창 꽃축제를 한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봄도 아니고 가을에 꽃축제라니. 근처에 도착하니, 대형 관광버스와 많은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이 보였다.
입장료는 6000원 이었지만, 3000원은 철원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었다. 지자체들이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하는데 좋다고 본다. 이걸로 나중에 부식을 샀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곳은 정말 꽃밭이었다. 지금 시기에 꽃이 피는 구나. 꽃의 종류보다도 규모가 굉장했다. 사진을 찍다보니 꽃들의 밀도가 좀 더 촘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남녀노소 여기저기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도 사진을 찍다가 얼결에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다. 오길 잘했다.
이후에는 노동당사, 백마고지전적비를 찾았다. 이곳 역시 자전거로 왔던 곳이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거치고 해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들른 '역고드름'은 여름이라 얼음을 볼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캠핑이 될 고대산 자연휴양림. 타 휴양림보다 5000원이 더 비싼 20000원이다. 하지만 온수샤워가 무료에다가 쓰레기봉투를 주고, 와이파이, 온수가 나오는 취사장, 식기세정제를 제공하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았다.
ps. 10/9 ~ 10/10 일로 야영장 검색을 하니, 보령에 위치한 성주산 자연휴양림에 자리가 있었다(여행 첫날 야영을 한 곳이다). 일단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나서 날씨를 검색했다. 아니 왠걸, 비예보가 있었다. 몇 시간도 아니고 하루 종일. 서해안 전역에 비소식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빈자리가 났던 거구나. 마음 같아서는 결재까지 하고 싶었지만, 결국 취소했다.
<멀리 보이는 다리 이후로 민통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로그 정보]
거리 : 105.73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