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마지막 남은 손난로를 꺼내서 두손에 쥐고 잤다. 보통 사이트마다 전기 사용량이 600W 까지인데, 여기는 2000W 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전기장판을 가져온 캠퍼도 봤다.
여행의 마지막 루트는 재인폭포, 경순왕릉, 임진각 순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니, 우리나라의 축제는 모두 지금 시기에 하는 것 같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축제행사를 한다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하긴 1년 중에 너무 덥거나 춥지않고, 적당하게 야외활동하기 좋은 기간이 얼마나 될까? 축제가 몰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다.
재인 폭포는 흐르는 수량은 적었지만, 출렁다리에서 보는 모습(펜스가 쳐져있어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다)과 폭포까지 가는 길이 더 기억에 남았다. 어제 고산정 꽃밭에서 본 꽃들이 여기에도 줄지어 피어있었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양쪽으로 절벽을 따라 덩쿨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국내에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 것 같다. 이과수나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봤었지만.
십여년 만에 다시 찾은 경순왕릉.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 신라의 왕이었음에도 죽어서 경주에 묻히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이곳에 홀로 묻혔다. 민통선 구역에 위치해있어 가는 길목마다 지뢰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어있다.
임진각에 거의 도착해서는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이 궁금했다. 이들이 가려고한 건, 임진각이 아닌 '평화랜드'라는 놀이공원이었다. 연휴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정작 임진각은 한산했다.
예약한 숙소가 있는 인천으로 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친가, 외가 할아버지/할머니 산소에 들렀다. 꽤 오랜만이다. 외가쪽 산소는 선산에 있어 면적으로 넓었지만 바로 옆에 민가가 있어 시끄러웠다. 반면에 친가쪽 산소는 사설 공동 묘지에 있어 면적은 작지만 조용하고 멀리 북한산이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좋았다. 40 여일에 가까운 여정동안 사고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감사인사를 드렸다.
이때가 오후 4시 무렵. 한강을 지나, 인천에 들어갈 때까지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었다. 부산에서 탈 때와는 또다른 경험이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마지막 숙소에 도착했다.
ps. 내일 아침 9시부터 인천에 비예보가 있다. 다행히 괴산은 오후 늦게부터 비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침 일찍 서둘러야 겠다.
[로그 정보]
거리 : 143.59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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