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km 가 넘는 거리를 불과 39일만에 달렸다. 자전거였다면, 2배 이상은 더 걸렸을 것이다. 출발할 당시만 하더라도, 하루 10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은 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과 함께 달리는 초행길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여행하는 동안, 사고없이 몸 다치지 않고 무사히 복귀한 것에 만족한다. 물론 주차하는 과정에 경미한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여행기간은 당초 계획이었던 한 달보다 길어졌다. 그럼에도 미쳐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이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국내에도 가볼만한 곳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여수에서 거제를 넘어갈 때, 마을버스 크기의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해서 여행을 다니시는 중년의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차량을 세울 공간을 찾는 어려움과 연비문제만 빼면 아주 만족한다고. 국내여행을 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5년 정도 예상하셨는데, 당시에 나는 너무 길다고 생각했었다. 차량으로 반나절이면, 국토의 한 면을 종주할 수 있는데.
이제는 안다. 5년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는 걸.
정리
기간 | 2022/9/1 ~ 2022/10/9 (38박 39일) |
숙박 | 야영(23일), 숙소(13일), 괴산(2일) |
비용(원) | 1,188,977(하루 평균 30487) |
달린거리(km) | 4992.9(=8239.6 - 3246.7) |
연료(리터) | 102.807 |
연비(km) | 48.56575914 |
오토바이(원) | 206,867(휘발유, 엔진오일 포함) |
숙박비(원) | 533,700(255,700/야영장, 278,000/숙소) |
부식비(원) | 258,810 |
기타(원) | 22,000 |
입장료(원) | 24,000 |
교통비(원) | 134,800(제주도페리) |
나름의 평가
전체 지출 중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숙박비에 대해 정리를 해야 겠다. 체류 기간이 10일 더 길었음에도 숙소 비용이 더 많았다. 야영장의 경우, 거의 대부분 국립공원 또는 국립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을 이용했다. 이런 곳들은 모두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사용이 가능했고, 관련 앱을 통해 결재 및 예약을 했다.
참고로 '국립' 은 매주 화요일 휴무이며, '지자체'는 연중 무휴인 곳이 많았다. 또한 국립공원 야영장의 경우, 그린카드를 사용하면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예약 후 현장에 도착해서 체크인 시에 직원에게 그린카드를 보여줘야 할인이 된다.
날씨 매우 좋지않거나, 주변에 야영장이 없는 경우(또는 야영장의 가격이 숙소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숙소를 이용했는데, 주로 '야놀자' 앱을 사용했다('여기어때' 보다도 좀 더 저렴했다). 쿠폰을 사용해서, 생각보다 저렴한 2만원대의 숙소를 체크인 할 수 있었다. '군' 단위보다는 '시' 단위 지역의 숙소가 더 저렴했다. 가장 저렴한 도미토리가 있기는 했지만,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실에서 묵었다.
1인실 또는 주차가 불가능하거나, 체크인 시간이 늦은(오후 6시) 조건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를 자주 이용했다. 이런 인기(?)있는 숙소들의 경우, 예약확정이 되었더라도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순천의 숙소가 그랬는데, '야놀자' 말고 다른 예약 플랫폼에서 예약이 되는 경우에 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방이 없어 다른 곳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가장 저렴했던 야영장(뱀사골야영장)
1박 5000원. 그린카드를 사용하면 3000원에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 출입이 안되고(근처에 자동차 야영장이 따로있다. 가격은 자연휴양림과 비슷한 16000원), 리어카를 통해 짐을 옮겨야 하는 야영장.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습기를 막아줄 야영데크가 없어, 흙 바닥에 텐트를 쳐야 한다. 샤워장이 없고, 앉아서 볼일을 보는 변기가 없다. 전기가 없기는 하지만, 화장실의 콘센트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1인 기준으로 최대 4일까지만 예약 및 숙박이 가능하고, 더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 명의로 예약 후,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꽤나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24시간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모기가 없었다(9월초 였음에도).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기는 했지만, 한 낮에도 덥지 않아서 한여름에도 아주 좋을 듯 하다.
물론 체류했던 기간이 9월 중순의 평일(월 ~ 목)이었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어서 호젓한 캠핑을 즐길 수 있었던 점이 크긴 했다.
가장 비쌌던 야영장(제암산 자연휴양림)
1박 22500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 보통 야영장을 예약하면,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임에도 이곳은 입장료는 물론이고 주차료까지 받았다. 마침 그날 야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였지만, 데크간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서 ,불편할 것 같다. 반면에 화장실과 샤워장까지의 거리는 멀어서 불편했다. 예약할 때, 공지사항 같은 것들을 잘 숙지해야 한다.
가장 저렴했던 숙소(제주 게스트하우스)
1박 15000원.
제주도는 워낙에 숙소가 많아서 선택의 폭이 무척이나 넓다. 도미토리이긴 했지만, 야놀자에서 검색한 가장 저렴한 숙소에 이틀 간 묵었다. 4인 도미토리 였음에도 있는동안 혼자서 사용했다. 휴가기간이 끝난 9월 초의 평일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게다가 숙소의 위치가 공항이나 여객선 터미널에서부터 약간 거리가 있는 곳이라 오토바이가 없었다면,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장 비쌌던 숙소(인천)
1박 28000원. 야놀자에서 검색한 가장 저렴한 숙소. 평점이 좋지 않아 망설였지만, 잠만 자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예약했다.
숙소의 상태, 주인의 친절함 등을 떠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모기였다. 옆 건물과 바로 붙어있는 햇볕도 안드는 작은 창문 하나 밖에 없는 방에 무슨 모기가 그렇게 많은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었다.
가장 비쌌지만, 가장 최악의 숙소로 기억한다.
좋았던 점
어디든 주차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보통 유명 관광지같은 곳에는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운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했다. 게다가 주차 비용이 4륜차에 비해 저렴하거나 무료였다.
또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오토바이였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세워놔도 도난 같은 문제는 전혀 없었다.
자전거에 비해서 기동성이 좋아서 당일 날 목적지가 바뀌더라도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승차감이 좋지 않은 시티를 타면 몸이 망가진다고 했던 글들이 많았다. 하루에 많게는 200 여 킬로미터를 탔던 나의 경우, 나쁘지 않았다(다른 건 타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시티와 비슷한 스펙의 슈퍼커브로 유라시아 횡단을 하는 마당에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게 아닐까 한다.
아쉬웠던 점
평지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리산 같은 급경사의 언덕을 오를 때 가속이 붙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이 밖에 날씨가 좋지 않아, 제주도에서 한라상 관음사 루트와 사려니숲길을 가보지 못한 것과 지리산의 다른 루트를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동해안 7번국도 역시 그렇다.
유용했던 것들
기름통. 이동할 때, 기름을 옮길 때 새서 무척이나 불편했지만, 연료통이 작은 시티 같은 오토바이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이것과 더불어 다이소에서 산 수동 펌프.
양파망. 부식을 말려서 보관할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다이소. 여행 시작할 때 미쳐 준비하지 못한 것들을 여행 도중 다이소 매장에서 구입했다. 수동펌프, 휴대폰 방수케이스, 스텐레스 컵등. 가성비가 좋은 것들 이었다.
필요했던 것들
비와 관련해서 우비와 타프가 절실했다. 판쵸형태의 우비를 입다보니, 하의가 다 젖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달하는 사람들이 입는 하의도 완벽하게 커버하는 우비가 필요하다.
지금껏 타프는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야영을 하면서 비가오면, 좁은 텐트 안에 있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타프가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지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기억에 남는 장소
한라산, 지리산, 환선굴 등 주로 자연, 특히 산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