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밖의 날씨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 9시가 넘어서 해운사에 전화를 걸었다. 7일에 운행이 가능한지, 오토바이를 실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7일 오후에는 가능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예약한 배편에는 오토바이를 실을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정원이 다 찼다고. 그럼 언제 가능한지를 물으니 일주일 가량은 기다려야 한다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예매한 티켓을 취소해야만 했다.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오토바이를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참고로 완도 배편을 예약할 때는 사전에 해운사에 연락해서 오토바이 선적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해야 한다.
다른 배편을 알아봐야 했다. 목포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이미 만석이고, 진도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있었는데 소요시간이 무려 90분(1시간 30분)이다. 다른 배편에 비하면 2배이상 빠르다. 대신 운임도 더 비쌌다.
여수, 녹동, 부산, 거제에서 출발하는 배편들과 비교해보니 사람의 운임 차이는 별로 없었다. 다만 운항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인지, 오토바이를 싣는 운임은 더 비쌌다. 어떻게 할까?
처음에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생각했지만, 정확히 언제 부산에 도착할지, 추석연휴가 끼어있는 관계로 일정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진도 배편을 예약했다. 어제 다녀온 팽목항을 또다시 가게 생겼다.
제주도에 얼마나 머물지는 모르지만 한라산 등반은 꼭 하고 싶어서 예약을 했다. 이렇게 분주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걸어서 주변에 가볼 만한 곳들을 검색했다.
오늘은 월요일. 박물관 같은 전시관들은 모두 휴무여서, 목포시립도서관, 갓바위, 춤추는 분수대 순으로 코스를 짰다.
오후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목포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시립도서관은 접근성이 꽤나 좋지않은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신 전망은 아주 좋았는데, 도서관 대신 전망대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립 도서관임에도 책의 보유 권수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신간도서에 있는 책들도 꽤 예전에 읽었던 것들이고, 도서관이긴 하지만 자료실보다 독서실, 고시실, 회의실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전에 갔던 충주시립도서관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다. 정기간행물실도 별도로 없었고, 그나마 있던 잡지도 다양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갓바위쪽으로 향했다. 10 여 년 전에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왔던 기억이 있다. 근처에 도착하니 태풍 때문에 안전 상의 이유로 갓바위로 향하는 길이 막혀있었다. 참고로 갓바위는 해안가에 있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안에 인접한 춤추는 분수대 또한 안전 상의 이유로 운영하지 않았다. 항구도시는 태풍이 오면 마치 모든 것이 멈춰버린 곳이 되어 버린다. 배들은 조업을 못하니, 시장도 운영을 안하고, 이런 조형물들도 운영을 안하니, 자연스럽게 근처 식당과 상점들도 문을 열지 않는다.
ps. 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높이 솟은 빌딩과 아파트 숲인 곳은 더더욱. 현대식 건물들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옛것과 현재가 공존하는 곳을 선호한다. 목포는 그런 곳이다. 어렸을 때 살고 보던 골목길, 집들이 이곳에는 아직 존재한다.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모습들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포시립도서관에서 내려다본 시내>
[로그 정보]
거리 : 8.73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