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국경을 불과 10 여 킬로미터 남겨두기 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국경전 마지막 마을인 Karkara 를 벗어나자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도로라 관리를 안하는 것인가?'
그리고 강한 역풍이 불어왔다. 타는 것보다 끌바를 하는 편이 더 나았다.
'과연 국경 검문소가 있긴 한 걸까? 구글지도가 맞는 걸까' 의구심을 가질 무렵, 저멀리 앞에 작은 건물하나가 쌩뚱맞게 서 있었다.
'아마도 검문소가 아닐까?'
보통 국경부근에는 환전소, 시장, 숙소가 있어야 하거늘. 멀리서 봤음에도 부근에 그런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로 보이니,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비포장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진 초원에 띄엄띄엄 집 한 두채가 보이고, 말과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끔씩 보였다.
아주 드물게 국경을 통과해서 달려오는 차량도 보였다. 오전 11시 경, 카자흐스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보초를 서는 군인들이 다가와 자전거를 세우고 패니어를 열어보라고 했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곳에 자전거를 끌고 온 내가 신기해보였음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중 한명이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알았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내가 한국 어디에 사는지. 결혼을 했는지, 했다면, 아이는 몇이고 몇살인지를 궁금해했다.
짐 검사를 마치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가빠왔다. 고산증인가? 무리한 탓인가?
출국 스탬프를 받기 위해 여권을 지참하고 사무실로 갔다. 그곳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차량을 통해 입국하려는 러시아 가족이 수속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끝나기를 기다릴 동안 바닥에 주저 앉았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기 전, 그들에게 A362 도로에 관해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갈 수 있다' 였다.
'뭐지 어제는….'
50m 를 걸어 키르기스스탄 검문소로 갔다. 그곳에서는 아예 짐 검사를 하지 않았다.
'도장 쾅!'
이로서 입국이 허가 되었다. 아마 최단 시간 입출국 수속 기록을 갱신하지 않았을까. 군인에게 역시 A362 도로에 관해 물었다. 그의 대답 역시 'yes'. 검문소를 빠져나오자, 앞으로 쭉 뻗은 비포장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상으로만 봐도 4km 이상 이어져 있었다.
몸을 추스리기위해 끌바를 했다. 카자흐스탄 국경지대를 벗어나서도 비포장 도로는 계속 이어졌다.
아주 작은 마을들을 몇 군데 지나쳤다. 멀리보이는 초원마다 말과 양, 소가 있었다. 말을 타고 다니는 몰이꾼들이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거나 내 쪽으로 말을 몰고 오기도 했다.
환전소가 없었기에 키르기스스탄 화폐가 없어 물건을 살 수 없었다. A364 도로로 접어들자, 산 정상으로 이어진 자갈밭이 나왔다. 이때가 하루 중 가장 힘들었다. 자전거를 끌어올리다시피 했다.
정상 이후 이어진 내리막에서도 흙자갈 + 비포장이라 끌바해서 내려와야 했다.
이후 이어진 도로에서 잠깐 포장된 도로가 나왔지만, 그도 잠시 다시 비포장 도로가 이어졌다.
라이딩보다 끌바를 더 많이 한 날. 부식이 충분했다면,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부식도 없고 돈도 없는 상황, 환전소 또는 ATM 기기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karakol 근처까지는 가야했다.
저녁시간에 가까워져오면서 비구름이 몰려들었고, 비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비를 맞으면서 달렸지만, 앞 시야를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어 폐업한 주유소 지붕 밑에서 그치기를 기다렸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해는 이미 완전히 져서 어두컴컴하고 비바람은 체온을 더욱더 떨어뜨렸다. karakol 까지는 약 20km 정도 남은 상황. 카자흐스탄에서 샀던 비스킷을 마지막으로 먹고는 안장 위에 올랐다.
다행히 비가 점차 그치고, 오후 10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구글 번역기로 숙소 아주머니와 대화하여 달러로 방값을 치뤘다. 10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타면서 변변한 밥을 먹지 못한 탓에 무척이나 허기가 졌지만, 숙소 주변의 가계는 모두 문이 닫혀있었고, 숙소 안에도 식당은 없는 듯 했다.
물도 없는 상황. 아쉬운 대로 정수기를 이용해 수돗물을 정수하여 커피를 마셨다.
정말로 긴 하루였다. 씻자마자 쓰러져 자버렸다.
PS. 오늘 지나간 국경은 지금껏 경험한 곳 중에 가장 친절한 국경이었다. 내가 몸이 좋지않아 바닥에 앉아있을 때, 보초 군인이 와서 괜찮냐고, 심호흡을 크게 쉬라고 해주었다.
PS2. 첫날이라 그런지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즈스탄의 큰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 하긴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은 나라였으니.
PS3. 국경을 넘어 끌바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개 2마리가 다가오더니, 맹렬히 짖어댔다. 바닥에 있는 돌을 집어 던졌는데, 그 바람에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왼쪽 패니어 고리 한쪽이 부러졌다.
난감했다. 급한데로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서 고정시켰다.
<카자흐스탄에서의 마지막 숙소>
<특이한 구조의 샤워실>
<국경을 넘기전 마지막 마을 Kapkapa>
<설산 너머에 키르키즈스탄이 있다>
<국경까지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언덕 위에 독수리모양의 조각이 서있다>
<국경이 보인다>
<키르키즈스탄에 넘어오자마자 들판에 서있는 말이 한마리가 보였다>
<국경을 넘어서도 비포장도로는 이어졌다>
<무덤일까?>
<기차의 객차를 개조한 듯한 집>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21.248 km
누적 거리 : 15379.5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