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걷고 있는데 말 발굽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모자가 말을 함께타고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한참 서로를 바라봤다.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풍경이다.
어제 사온 라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오르막 끌바를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길이지만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서 지루함을 잊을수 있었다.
현재 고도 1500m. 두 배의 높이를 올라야 한다.
쉬며 걸어가며를 수십번. 2400m 정도 올랐을 때 휴게소같은 가게가 있어, 먹을 것을 보충했다. 주인 할아버지는 나에게 보드카를 권했지만 급구 사양했다. 고도가 올라 갈수록 8자도로와 산 중턱을 깎아만든 짧은 구간의 터널이 있었다. 끌바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차들이 언덕을 오르며 내뿜는 매연이 더 힘들게 했다. 오르막 경사도가 12% 가 되는 구간이 많아 곳곳에 과열된 엔진을 식히거나 차를 고치기위해 멈춰선 차량들이 보였다.
오후 4시 반 무렵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이곳에는 터널이 있었다. 이후에는 내리막 길이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내리막을 위해 불필요한 짐들을 모두 버렸다. 터널을 보니, 비포장에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크기였다. 때문에 신호등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통행을 제한하는 듯 했다.
터널 안은 어두웠고 (라이트가 있긴 했지만) 환풍구가 없어서 공기가 무척 탁했다. 매연 때문에 버프로 입을 가리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를 바랬다. 2km 의 터널구간이 길게 느껴졌다.
출구로 나오자 내리막 도로가 이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끝도 없이 이어진 8자 커브 길이 보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좋겠지만, 도로 포장 상태를 고려하면 무척이나 위험한 구간들이다.
도로 군데군데 홀(구멍), 모래 , 공사구간, 자갈 비포장도로가 즐비하다.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가지만 하중 때문에 속도가 꽤 빨랐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위험구간들을 피해 주행 해야 했다. 어서빨리 내리막이 끝나기를 바랬다.
중간중간 몇 번을 쉬고 나서야 평지가 나왔다.
M41과 a367 도로의 분기점. M41 가 상대적으로 포장된 데 반해 a367 은 완전 흙과 자갈이 뒤섞인 길이다.
'그냥 오쉬로 갈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a367 로 핸들을 틀었다.
달리는 내내 처음 키르키즈스탄에 들어와서 카라콜로 갈 때 생각이 났다. 해가 점차 저물어가고 구글지도에 표시된 마을(아마도 상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까지 가야했다.
10여 킬로미터를 달려 상점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물과 부식을 사고는 야영할 장소를 물색 했다. 이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날파리와 모기가 엄청 달려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끌바를 하거나 달리는 도중에도 모기가 들러붙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모래 자갈밭 도로 양쪽에는 풀이 우거진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순간 '저 곳에 텐트를 쳤다가는 제대로 헌혈을 하겠구나' 생각 했다. 씻기 위해서라도 물이 있는 곳에 캠핑을 하고 싶었다. 구글지도 상으로 약 7km 를 더 가야 강이 나온다. 이미 땅거미가 진 이후지만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순 없었다.
강에 도착하니 다리 옆으로난 작은 길이 보였다. 도로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였지만 빨리 텐트를 치고 쉬고 싶었다.
텐트를 치는데 모기들이 동시에 몸에 붙어 무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땀 냄새를 없애기 위해 먼저 씻는 편이 나았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씼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씻고 긴팔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러니 한결 낫다.
텐트를 치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잠에 들었다.
<빨래 말리는 중>
<급한 오르막 길이 기다리고 있다>
<정상 부근에 있던 집들>
<터널 표지판이 나왔다. 오르막 끝>
<터널이 편도 1차선이라, 신호등이 있다>
<터널 안에 불빛이 없고, 매연이 빠져나갈 환풍장치가 없다. 또한 맨 마지막에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도중에 신호가 바뀌어 반대편에서 차량이 달려올 수 있다. 유의해야 한다>
<해발고도 3121m>
<내리막 길의 시작>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4.22 km
누적 거리 : 15967.40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